빈 라덴 최후 맞은 ‘은신처’ 헐렸다… 美 ‘사살작전’때처럼 파키스탄 정부도 美에 사전통보 생략

입력 2012-02-26 20:09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최후를 맞은 파키스탄 내 은신처가 헐렸다.

파키스탄 군은 25일(현지시간) 빈 라덴이 미군에 사살되기 전까지 5년간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북부 아보타바드의 3층짜리 저택을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경찰과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철거작업이 토요일 밤부터 전격적으로 시작됐다”며 “불도저 등 중장비 3대가 동원돼 빈 라덴의 침실이 있던 3층을 이미 허무는 등 내일 아침 철거가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비가 한 번씩 내려칠 때마다 고통스럽고 당혹스러운 파키스탄 역사를 상징하는 빈 라덴 은신처의 콘크리트 잔해가 부서졌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철거 현장은 경찰과 군이 몇 겹으로 둘러싸며 구경꾼들과 취재진들의 접근을 통제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이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할 때 자신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철거작업을 사전에 미국에 통보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파키스탄 정보당국 한 관리는 철거 사실은 확인했으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 관리는 “더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철거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관리는 “지역 주민의 안전 문제 등이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빈 라덴이 숨진 이후 은신처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해왔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시신을 아라비아해에 수장시켰기 때문에 알카에다 추종자들이 빈 라덴이 마지막까지 은신했던 이 저택을 ‘성지’로 삼을 수 있다며 허물 것을 주장했다. 반면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수 있으므로 관광지로 개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이 저택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지난해 5월 미 해군 특수전부대(네이비실)는 블랙호크 등 헬리콥터를 이용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를 급습해 빈 라덴을 사살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