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홍콩·중국, 갈등 좁힐 수 없나

입력 2012-02-26 20:09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학이 지난주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눈길 끄는 글을 올렸다.

“홍콩과 본토 간 사회문화적 차이를 국가와 민족의 발전이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이성적이고 문명적으로 바라보자.”

단박에 왜 이런 글을 띄웠는지 알 수 있었다. 공자 직계 후손이라는 이 대학 쿵칭둥(孔慶東) 교수가 한 인터넷 TV 토크쇼에서 “홍콩인은 영국 식민통치자들의 앞잡이 노릇을 했고 지금도 모두 개다”라고 했던 게 사회문제로 비화됐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홍콩 태양보(太陽報)에 중국 네티즌이 실은 “홍콩인, 감사합니다”라는 광고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광고는 “본토인과 홍콩인은 같은 민족이고 모두 용의 자손이다”라고 표현했다. 광고는 중국인들을 메뚜기에 비유했던 지난 1일자 빈과일보 광고의 구성을 흉내 냈다.

홍콩과 대륙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갈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본토 여성 홍콩 원정출산, 무례한 본토 관광객들, 경제·문화적 격차, 본토의 정치적 간섭….

그중에서도 중국의 ‘정치적 개입’은 최근 들어 극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미는 헨리 탕(전 홍콩특구 정무사장) 후보는 여론의 거센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는 혼외정사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뒤 자신의 집 지하실에 와인 저장고 등을 불법 건축한 사실이 또 드러났다. 하지만 홍콩주재 중앙인민정부 연락판공실을 찾은 뒤 후보 등록까지 마쳤다.

친중국 성향의 기업가 등으로 채워진 선거위원회(1200명)가 행정장관을 뽑기 때문이다. 홍콩 언론들은 이대로 선거가 진행돼 탕 후보가 당선되면 홍콩에 ‘헌정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도널드 창 현 행정장관도 임기 말에 도덕성 문제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될 정도다. 홍콩 민주세력은 이번 주말 주민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홍콩은 중국의 일부로 결코 직접선거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홍콩 주민들은 그러나 홍콩 정계의 스캔들은 간접선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과 홍콩 간 갈등이 짧은 시일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