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한 8강… 배상문 PGA 존재감 확인

입력 2012-02-26 19:48

배상문(26·캘러웨이)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얻은 것이 더 많았다. 한국과 일본 투어 상금왕을 거쳤지만 올 시즌 미국 무대 ‘루키’에 불과한 배상문은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꺾고 세계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시즌 개막직전 “올해는 우승보다 미국무대 경험을 쌓는데 주력하겠다”고 겸손해 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실력으로 진가를 입증한 것이다.

배상문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차세대 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벽에 막혀 2홀을 남기고 3홀을 뒤져 탈락했다. 하지만 세계 7대 투어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한 배상문은 세계 톱 랭커 64명의 맞대결에서 한국(계) 선수 5명 가운데 유일하게 8강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2010년 이 대회 우승자인 이언 폴터(잉글랜드)와 지난해 마스터스 대회를 제패한 찰 슈워첼(남아공), 존 센든(호주) 등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며 8강 상금 27만 달러도 받았다. 배상문의 8강은 2008년 최경주(42), 2011년 양용은(40)이 거둔 한국선수 최고 성적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세계랭킹 44위인 배상문은 매킬로이(2위)를 맞아 10번홀까지 버디를 주고받으며 동점으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파5인 11·13번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장타자인 매킬로이가 11번홀 버디로 1홀 앞섰고 13번홀에서도 배상문의 티샷이 벙커에 빠진 틈을 타 2홀차로 달아났다.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얻어맞고 3홀차로 뒤진 배상문은 16번홀(파3)에서 비겨 남은 홀에 관계없이 경기를 내줬다. 매킬로이는 세계랭킹 3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웨스트우드는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에 2홀을 남기고 4홀을 앞서는 완승을 거뒀다. 매킬로이와 웨스트우드 중 우승하는 선수가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제치고 세계 1인자에 오르게 된다. 또 다른 4강 대결은 헌터 메이헌과 마크 윌슨(이상 미국)으로 결정됐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