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니, 싸랑해요”… 세계 최고 자리 오른 ‘김치 파이터’
입력 2012-02-26 20:27
“어무니(어머니)! 싸랑해요(사랑해요).”
한국계 흑인 혼혈 ‘파이터’ 벤 헨더슨(29·미국). 그는 경기 때마다 항상 이런 말을 한다. 헨더슨은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프로풋볼(NFL) 스타인 하인스 워드(36)처럼 말이다.
외모는 흑인에 더 가깝고 한국말도 서툴지만 그에게는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어머니 김성화(50)씨는 한국문화를 잊지 않으면서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아들을 태권도장에 보냈다. 어머니는 늘 술을 달고 살았던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 힘으로 아들을 키웠다. 공장,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하면서도 아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늘 아들에게 한국에 대한 긍지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머니의 헌신으로 아들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착실히 성장했다. 중·고등학교 때 레슬링 선수로 주목받으면서 네브래스카 다나 대학교의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한 아들은 대학 졸업 후 경찰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게 파이터의 길로 뛰어든 아들은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을 물려받아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로 성장했다. 김치를 좋아해 ‘김치 파이터’로 불린 아들은 26일 마침내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UFC 챔피언에 등극했다.
헨더슨은 이날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144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31·미국)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3대 0(49-46 48-47 49-46)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에드가는 ‘격투기천재’라 불리던 비제이 펜을 두 번이나 이겼던 UFC 절대 강자이기도 하다. 한국계 파이터가 UFC 챔피언에 등극한 것은 헨더슨이 처음이다. 헨더슨은 이날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찬 채 어머니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헨더슨은 경기 후 “한국 팬들이 성원해 주는 것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늘 아들에게 겸손할 것을 가르쳤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UFC 최고 무대를 정복했다.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감격스런 눈물을 흘렸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