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춘근] 탈북자 인권 외면하고 큰나라 되겠나
입력 2012-02-26 18:12
지구 위의 어느 나라라도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부유하게 되는 꿈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약소국의 경우와는 달리 강대국들은 단순한 국력 증가가 아니라 세계 제1의 강대국, 패권국이 되는 것을 꿈꾸기 마련이다. 세계 1위의 국가가 가지는 이익과 명예를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패권국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장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평화적으로 일어선다는 화평굴기 정신과 의도를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향회 국가전략을 만천하에 공개한 공식적 패권도전자이다.
20세기 이래 현재까지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오늘의 중국과는 전혀 달리 패권국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국가전략을 가지고 있던 나라가 아니었다. 미국은 오히려 패권국의 지위를 망설였다. 패권국은 이익과 명예가 있지만 담당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미국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패권국은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경제발전을 책임 져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들이 모여 있는 국제사회에서 작은 나라들의 싸움을 뜯어 말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경찰이 돼야 하고, 작은 나라들의 경제발전을 위해 원조를 해주기도 하고, 시장을 개방해주기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작은 나라들의 독재정치에 개입, 세계시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주는 것 역시 패권국이 담당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책임이다.
진정한 세계의 강국 되려면
패권국이 자신의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세계를 착취, 자기 이익만 채우는 나라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자신이 서 있는 기반 그 자체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패권국은 그래서 세계를 이끌어 가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깃발을 들어야 하는 나라여야 하며 추종하는 자들에게 시혜를 베풀 수 있는 능력, 거역하는 자들을 꾸짖을 수 있는 능력을 함께 가지고 있는 나라여야 한다.
21세기 세계에서 70억 지구인 모두가 동의하고 따르는 이데올로기들이 있다. 마이클 멘델바움(Michael Mandelbaum) 교수는 그것을 자유(freedom), 민주(democracy), 평화 (peace) 라고 요약한다. 이 세 가지 기치를 내걸고 이것을 수호하겠다고 약속한 나라, 그럴 의지와 능력을 갖춘 나라만이 21세기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21세기 세계의 패권국이 되고 싶다면 중국은 무엇보다 먼저 지구인 모두가 동의하는 자유, 민주, 평화를 수호하고 증진하는 나라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행동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인류애의 본질 역행 안돼
그러나 중국은 최근 세계 패권국은커녕 지역강대국의 지위조차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앉아서 굶어 죽느니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편이 낫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선을 넘은 북한 주민들을 체포해 다시 사지로 몰아넣겠다는 나라가 어떻게 대국일 수 있으며 21세기 세계의 패권국이 될 것을 꿈꿀 수 있는가?
차마 굶어 죽을 수 없어 국가를 등진 동포들을 보며 자신의 무능함을 통탄해야 할 북한지도층은 오만하게도 탈북 동포들을 ‘3대를 멸할 조국을 배반한 자’라고 선언했다. 탈북자들의 북한 송환은 즉각적인 죽음일 수도 있는 처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이 북한 정권을 두둔하기 위해 탈북 난민들을 송환한다면 중국은 패권국이 되기는커녕 현재 누리고 있는 지역강대국의 지위조차 반납해야 할 나라가 될 것이다. 인류애의 본질에 역행하는 나라는 강대국도 패권국도 될 수 없다. 바로 지금 중국은 패권국의 원초적인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세계인들에게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기회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