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동 없는 공천으론 민심 못 얻는다

입력 2012-02-26 18:13

민주통합당이 지금까지 발표한 4·11 총선 지역구 공천자 94명의 면면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과 문성근 최고위원은 물론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원, 전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 등이 공천됐다. 수도권 공천자 33명 가운데에는 추미애 의원을 제외한 32명이 친노 또는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현역의원 중 탈락자가 아직 한 명도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득권을 대거 인정한 셈이니, 참신한 인물이 보일 리 없다. 당내에서조차 전혀 감동이 없는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과 현대차그룹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공천장을 따낸 것은 유감이다. ‘정치적 색깔이 있는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른 결과’라지만, 기소된 이를 후보로 내세워 표를 달라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더욱이 옛 민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갔다가 다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용희 의원의 아들 이재한씨를 이 의원 지역구에 단수 공천한 것은 ‘공천 혁명’과는 거리가 먼 ‘지역구 대물림’이다.

민주당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공천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인적 쇄신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남을 비롯해 남은 지역에서 과연 감동할만한 ‘쇄신 공천’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오늘 1차 공천자를 발표할 새누리당에서는 경쟁력이 다소 뒤지더라도 친박계가 대거 공천되고, 친이계 다수는 낙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물갈이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의 현역 의원들은 낙천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 역시 어떻게 공천파고를 넘을지 유권자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