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순영] 대한민국 어디로 가려하나

입력 2012-02-26 18:34


요즘 우리 어린이들, 젊은이들을 대할 때 마주 보기가 부끄럽다. 어른들의 어른답지 못한 말과 행동들 때문이다. 이 땅의 큰 어른들, 온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선량들께서 왜들 그리하시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상식으로 볼 때도 이해하기 힘든 일들, 포퓰리즘과 자기부정이 국회 안팎에서 난무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여당과 야당은 앞다투어 복지공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든 공약에 ‘무상’이 따라붙었다. 복지는 성장과 함께 늘어나야 한다. 경제에서 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더 많은 경제주체들이 보다 많은 풍요와 행복을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우리도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개인이든 국가든 소득을 고려해서 지출해야 존속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복지 대상과 양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원칙과 기본에 관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포퓰리즘이 만연했던 문명과 나라들은 모두 사라지거나 후손들에게 빈곤의 멍에를 안겨주었다. 좌파, 우파정권을 막론하고 경쟁적으로 복지지출을 늘려왔던 남유럽의 국가들이 그 길을 가고 있다. 못난 지도자와 어른들 때문에 수많은 다음 세대들이 고난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량들도 표만을 생각하는 무분별과 무책임으로 나라를 그 길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급기야 13일 경제 전문가 100여명은 여야의 공약남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의 중단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정부조차도 “복지공약을 다 받아들이면 재앙이 될 것이다”라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21일의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도 “무절제한 복지포퓰리즘이 한국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고, 법치주의의 근간도 흔드는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비난 여론의 급등으로 총선 이후로 논의가 미루어졌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원칙, 규율,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금융은 더욱 그러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금융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면 금융은 물론 나라경제를 순식간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정책과 감독 실패에도 책임이 있으므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면 금융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한편, 문제를 회피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킨 감독책임은 물어야 한다.

최근 또 다른 정치권의 부끄럽기 그지없는 문제는 자기부정과 책임전가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가장 큰 어른을 비롯하여 전·현직 선량들이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거나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어 있다. 모두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자기부정과 책임전가로 일관하고 있다. 어른답지 못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주장도 자기부정의 또 다른 사례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대한민국 선량들이 선량다워질 수 있는 다시 올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이다. 변할 수 없는 선량은 이번 선거에서 바꾸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음 국회에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으면서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한국형의 따뜻한 자본주의 4.0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땅에도 이제 젊은이들의 존경을 받는 정치가들이 나와야 할 때가 되었다. 지속가능한 성장, 따듯한 자본주의, 선진국 달성은 경제뿐만 아니라 올바른 정치문화의 토대 위에서 이룩될 수 있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이 바로가기 위해 어른이 어른다워야 하고, 선량이 선량다워야 함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시기이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