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8) 갈릴레오, 굴욕의 순간
입력 2012-02-26 18:37
1610년 갈릴레오는 역사상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였다. 달의 표면, 금성의 차고 기움, 목성의 4개 위성을 직접 보고 나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했다. “이제껏 감춰져 있던 신비로움을 오직 나에게 열어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그의 신앙심과는 무관하게 엄중한 경고를 내리고 지동설을 옹호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했다. 20여년 후 지동설에 대한 저서를 낸 갈릴레오는 종교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지동설 주장을 철회하는 맹세를 한다.
프랑스 화가 로베르-플뢰리의 1847년 작품은 이 굴욕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책은 바닥에 팽개쳐지고 성서에 손을 얹고 맹세하는 갈릴레오의 표정은 단호하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일갈하려는 걸까. 이 작품은 실증적 학문으로서 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사이언티스트’란 용어가 처음 사용되던 19세기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어떠한 권력의 압박에도 변치 않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현대 과학의 출발이다.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호킹 박사는 “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것도 직접 눈으로 관찰함으로써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 첫 번째 사람”이 갈릴레오라며, 그를 일컬어 “현대 과학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