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해품달’ 딴지걸기
입력 2012-02-26 18:36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주 방영된 16회 시청률이 41.3%였다. 첫회 18.0%로 출발해 3회 만에 20%, 8회 만에 30% 고지를 넘어서더니 4회를 남겨놓고 40%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미니시리즈의 시청률 40%는 2010년 9월 종영한 ‘제빵왕 김탁구’ 이후 처음이다.
‘해품달’ 흥행은 원작의 힘이 크다. ‘미실’이나 ‘공주의 남자’처럼 실명에 기댄 드라마와 달리 ‘성조대왕’이라는 가공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냈다. 멜로에 미스터리를 가미한 판타지. 엘리트 그룹의 선남선녀가 등장하고, 그들이 사랑을 놓고 경합하는 가운데 권력의 음모가 개입하지만 결국 순수한 사랑이 승리한다는 구도다.
시청률이 높다고 완성도도 높을까. 우선 작가 정은궐이 누군지 모른다. 2005년 ‘해를 품은 달’, 2007년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009년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등 2년 단위로 출간된 역사소설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것을 보면 기록의 행간이나 시대적 코드를 읽어내는 힘이 실해 보이지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현장기자들이 게으른지, 작가의 겸손이 지나친지 모르겠다.
드라마 투르기는 어떤가. 임금-양명, 임금-영의정, 영의정-대제학, 허연우-중전, 허연우-공주 등 전방위적으로 연결한 긴장구조는 20회분 드라마의 장치로서는 부담스럽다. 문화콘텐츠도 없다. ‘대장금’에 등장한 음식처럼 한국적 요소가 나올 법 한데 영 밋밋하다. 무속으로 대체했다고? 판타지 장르라고 해도 무속을 과학으로 끌어 올리는 시도는 무리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카메라 워크다. 화면 속이 온통 얼굴이다. 현대극이든 사극이든 우리 카메라가 얼굴을 지나치게 끌어당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얼굴뿐이다. 어떤 장면에선 동영상이 아니라 정물을 보는듯 하다. 동양인의 얼굴은 카메라에 약하다. 굴곡이 없으니 편편하고, 똑같은 검은 머리의 황인들만 나오니 컬러풀하지도 않다.
표정연기가 필요한 장면이라면 또 모를까. 대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데도 스타의 얼굴로 채운다. 보여줄 게 얼굴밖에 없다는 것일까? 시청자는 갑갑하다. 거기에는 눈까풀 흔들리는 섬세한 연기보다 화장과 성형의 흔적, 촬영에 지친 연기자의 뾰루지가 보일 뿐이다. 대사로 스토리를 즐기는 수준이라면 소설이 낫다. 연출과 카메라가 좀 더 세련됐으면 ‘해품달’이 더욱 빛날 텐데.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