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몬교회, 안네 프랑크에 사후세례… 유대계 “있을 수 없는 일” 발칵

입력 2012-02-24 19:17

나치에 희생당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에 모르몬교회가 사후세례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유대계가 들끓고 있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모르몬교도 출신 종교연구가 헬렌 래드키는 지난 18일자 모르몬교의 대리세례인 명부에서 안네 프랑크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최근 주장했다. 세례식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 교회에서 이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래드키에 따르면 1989년 이후 10년 동안 최소한 20차례 안네 프랑크의 이름이 포함된 대리세례 명부가 작성돼 9차례 이상 의식이 치러졌다.

안네 프랑크는 나치를 피해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 숨어 지내다 체포돼 1945년 15세의 나이로 숨졌으나, 그녀의 일기가 47년 출간돼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사후세례에 대해 산토도밍고 교회 측은 “이 문제를 조사했지만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실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모르몬교 본부는 “우리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대리세례 명부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개인이 제멋대로 교회 정책을 위반한다면 매우 참담한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유대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대인 단체 회장인 에이브러햄 폭스먼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모르몬교회가 유대성을 박탈했다. 이는 그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모르몬교에서는 사후세례가 내세를 보장한다는 교리에 따라 모르몬교도 직계가 아닌 유대인이나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게까지 세례를 주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모르몬교회와 유대계 지도자들은 1995년 협정을 맺어 모르몬교도 직계 가족이 아니면 사후세례를 금지키로 했다. 그러나 1주일 전에도 ‘나치 사냥꾼’ 시몬 로젠탈의 부모에게 사후세례를 준 사실이 폭로돼 모르몬교 본부가 사과하기도 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로젠탈은 아돌프 아이히만 등 나치 범죄자들을 추적해 법정에 세운 것으로 유명하며, 그의 부모도 학살 희생자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