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이념 아닌 인권문제”… 각계 성명 잇따라

입력 2012-02-24 21:49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신분노출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자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해 북송 위기에 있는 중국 내 탈북자들의 생명을 구해달라고 촉구했다. 변호사들은 중국 정부에 국제법에 입각한 인도적 결단을 촉구하는 긴급호소문을 발표했고, 시민단체의 강제송환 반대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여전히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에 침묵하고 있어 보편적인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탈북자 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는 24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탈북단체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중국 공안이 탈북자를 체포하는 수법이 갈수록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고,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되면 정치범수용소로 가거나 총살을 당한다며 강제 북송 중지를 촉구했다.

한국행을 기도하다 강제 북송된 적이 있는 한 남성 탈북자는 “중국에서 떠돌다가 붙잡힌 탈북자는 대부분 노동단련대에 가지만 한국행을 시도하다 잡힌 탈북자는 정치범수용소로 가거나 총살을 당한다”며 “탈북자 강제북송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해 중국에서 북송된 탈북자만 36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체포한 탈북자를 스파이로 활용해 다른 탈북자들을 색출하거나 함정수사 등을 통해 탈북자들의 길목을 미리 지키고 있다가 붙잡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지난 8일 중국 선양에서 체포된 탈북자 12명 일행 중에 남매 스파이가 있었다”며 “이들 남매는 체포된 다음날 풀려나 다시 한국행 탈북자 브로커를 수소문했다”고 말했다.

배의철 변호사 등 변호사 308명은 탈북자들에 대한 난민심사 허용,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과의 협력의무 준수 및 탈북자 정보제공, 난민협약상 강제송환 금지원칙 준수, 고문방지협약 준수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최근 정파, 이념 등에 따른 대립이 격화되면서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각자가 그 이념 등에 따라 매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탈북자의 인권문제와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북송을 중단하라는 주장이 이념과 무관한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임을 법률가로서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시인, 소설가 등 110명의 문인이 소속된 통일문학포럼(회장 장윤익)은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하루속히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고 국제난민협약에 의거해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도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는 애타는 호소가 울려 퍼지는데도 중국이 탈북자 강제북송을 강행한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