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앙은행의 고언 “자본통제 고삐 풀어야”… 정부에 개방 청사진 제시

입력 2012-02-24 19:11

중국이 올 가을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앞둔 가운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세계은행 등이 개방 청사진을 잇따라 내놨다. 이들 청사진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체제가 표방해온 정부주도의 중국식 시장경제 체제를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됐다는 것으로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이를 채택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통제의 끈 풀어라”=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인민은행이 내놓은 자본통제 완화 관련 청사진 보고서 내용이 중국 개혁론자들이 마지막 남은 거대장벽을 해체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대로 된다면 세계경제에 격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민은행 보고서는 개혁의 3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로 앞으로 3년간 서방 은행과 기업의 위축에 따라 중국의 해외투자를 늘리는 방안이며, 2단계는 3∼5년 사이 위안화의 외국 대출을 가속하는 것이다. 또 세 번째는 향후 5∼10년 사이 외국인들이 중국의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더 자유롭게 투자토록 하는 단계다. 이밖에 인민은행은 투기적 자본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건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태환하는 것은 마지막 단계라면서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금융시장은 외부와 거의 단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엄격한 중국 내 자본 통제 때문으로 투자할 만한 곳이 적어 부동산 시장에 많은 돈이 몰리고 현 상태로는 위안화를 달러화의 라이벌로 세우겠다는 계획을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자본통제를 완화할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

◇“획기적 개혁 없으면 위기 직면한다”=세계은행(WB)과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 발전연구중심이 오는 27일 공식 발표할 ‘중국 2030(China 2030)’ 보고서는 현 후진타오 체제하에서의 경제의 운용방식이 한계에 달했음을 경고했다. 즉, 중국의 성장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경험했던 ‘중진국 함정’에 빠져 급격한 성장 악화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은행 등의 부문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에너지, 자원, 통신 등 분야 국영 기업의 규모를 줄이고 자산관리 회사의 감독을 받게 하는 등 민간기업처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들 기업의 배당금 제도 도입과 국영자산감독행정위원회(SASAC)와 공산당 임명으로 이뤄지는 국영기업 인사방식 개혁도 건의했다. 또 지방 정부 재정개혁과 경쟁 및 기업가 정신을 증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보고서는 차기 지도부에서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 부총리의 재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를 미리 입수한 월스트리트저널은 개혁내용의 급진성 때문에 SASAC 등으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정부 관리들은 보고서를 공식 채택하기보다는 27일 베이징 콘퍼런스에서 제기되는 의견들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통제 완화를 제안한 인민은행 보고서 역시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은행장이 아닌 통계국장의 이름을 달고 공식 웹사이트 대신 관영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신문을 통해 발표하는 신중한 방식을 취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