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4년 결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성공, 서민경제 살리기는 낙제점
입력 2012-02-24 18:55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는 역량을 보여줬으나 서민경제와 관련해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됐다.”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 경제적 성과에 대해 한마디로 그같이 요약했다. 성장, 수출 등 대외적인 국가위상은 향상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서민경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글로벌 위기 극복에는 성공=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그해 9월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를 위기에 빠뜨렸고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유동성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 등과 재빠르게 통화스와프를 맺어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회복했다. 2009년까지 미국 일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한국은 플러스를 유지했고 2010년에는 6.2%를 기록했다.
성장의 견인차는 수출이었다. 2009년을 제외하면 무역액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대망의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한국은 새로 세계경제질서를 짊어지게 될 주요 20개국(G20)의 멤버로 도약했고 2010년엔 의장국 역할도 맡았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내놓은 현 정부 출범 4년의 성과자료집에서 유럽연합(EU),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발효함으로써 경제영토를 확대한 것,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등도 중요한 치적으로 꼽았다.
◇서민경제는 되레 나빠져=현 정부가 출범 초 비전으로 내세웠던 ‘747공약’(연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강국)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그 이유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당초 집권의 주요 배경이 됐던 ‘서민경제 살리기’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선 소비자물가가 통상 수준인 3%대를 웃돌고 있다. 성장률은 주요국들에 비해 빠르게 회복했지만 물가는 되레 고공행진을 기록함으로써 서민가계의 주름살은 늘어만 갔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서민의 대표적 주거형태인 전세가격은 급등했다. 24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매매가는 3.3㎡당 843만원에서 902만원으로 6.9% 올랐으나 전세는 358만원에서 487만원으로 36.2%나 솟구쳤다.
2010년부터 현 정부도 양극화 해소, 내수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강조하면서 공정·동반사회를 강조해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2010년 중소기업의 총자산세전 순이익률은 3.47%에서 3.43%로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회복은커녕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의 경우 3%대로 겉으로는 양호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직난에 허덕이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어 일자리 창출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조용래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