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4년 결산] 실패한 ‘작은 정부’… 공무원 늘리고 위원회 무더기 신설

입력 2012-02-24 18:55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25일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작은 정부’를 내세웠다. ‘대부대국(大部大局)’ 체제로의 전환을 기치로 노무현 정부의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를 폐지하고 통일부를 축소했다.

당초 폐지가 결정됐던 통일부는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겨우 명맥만 유지했고 곧바로 대북정책 약화로 표면화됐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이어져 온 대북채널들이 붕괴됐으며 전문 인적 자원은 모두 한직으로 좌천됐다.

통일부 약화의 부정적 영향이 한꺼번에 나타난 사례가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됐던 고위급 남북대화 복원 시도 실패다. 북한 최고위층의 내부 정보도 변변히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접촉에 나섰다가 다른 대북라인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4년 내내 꽉 막혔던 대북정책의 숨통을 트려 해도 제대로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보통신부의 폐지도 큰 문제를 야기했다. 업무를 이관 받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옛 정통부의 주요 기능이었던 IT(정보통신) 산업 정책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 사이 세계적인 모범으로 여겨졌던 한국 IT산업의 ‘국가정책+유연한 기업의 변신’ 공식은 사라져버렸다. 미국 애플사가 2009년 말 선풍을 일으킨 스마트폰 산업에 우리 기업들은 6개월이나 늦게 뛰어들자 정부는 “차기 산업 모델은 기업들이 알아서 챙기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방통위의 주요 업무는 IT 정책이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과 미디어렙법안 추진으로 바뀌었고 4년 내내 정치권 등에서 평지풍파만 일으켰다.

교육인적자원부에 통합된 과학기술부 역시 마찬가지 운명을 겪었다.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는 입시정책에 가려 과학기술 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들어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기조를 갈수록 포기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현재 공무원 수는 61만3956명으로 2008년 2월 29일보다 8283명이나 증가했다. 없어진 부처를 보충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무더기로 신설하면서 ‘위원회공화국’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이는 아직 없다. 처음부터 비판적이었던 야권 ‘잠룡’들뿐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과학기술부 등 사라진 부처 부활을 공언할 정도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4일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정책을 위한 작은 정부론은 완전히 실패한 담론”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