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감사… 나눔… 강영우 박사 별세

입력 2012-02-24 18:43


시각장애인으로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가 별세했다. 향년 68세.

강 박사 가족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장애인 인권 운동의 선구자인 강 박사가 오늘 투병 중이던 암으로 소천했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정책차관보로 6년 동안 일하면서 미국의 5400만 장애인을 대변하는 직무를 수행했고 장애인의 사회 통합, 자립, 권리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부인 석은옥 여사에게 남긴 편지에서 “50년 전, 햇살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던 예쁜 여대생 누나의 모습을 난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날개 없는 천사였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앞으로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순간에 나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은 당신을 향한 감사함과 미안함”이라며 “더 오래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떠난 후 당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함께 해주지 못할 것이라서…”라고 말했다.

아내를 “나의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이라고 표현한 강 박사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라는 말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말을 건넸다.

두 아들 진석(39·폴 강·안과전문의), 진영(35·크리스토퍼 강·백악관 선임법률고문)에게는 “너희들이 나에게 준 사랑이 너무나 컸기에, 함께한 추억이 내 마음속에 가득하기에 난 이렇게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단다”라고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적었다.

강 박사는 손주들까지 모든 가족이 함께했던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너무 소중한 선물이었다고 회고했다. 장례식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오는 3월 4일 추도 예배로 치러진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