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두 개의 암초 ‘비상’] 내수 끌어내리는 高유가

입력 2012-02-24 18:41


한국경제호가 고유가와 원화가치 강세라는 파고를 동시에 맞고 있다. 심각한 것은 유가 문제다. 이란 핵문제가 올해 본격 부각되면서 유가가 3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물가상승, 소비침체를 초래해 최근의 경기하강 국면을 부채질하고 있다. 엔화약세 속 원화강세도 수출경쟁력에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내수와 수출에 대한 쌍끌이 악재가 코앞에 다가온 형국이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3년 6개월 만에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가뜩이나 수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물가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한국석유공사는 23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80달러 오른 120.22달러에 장을 마쳤다고 24일 밝혔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은 것은 2008년 8월 4일(122.51달러) 이후 처음이다. 작년 최고가는 119.23달러(4월 28일)였고 역대 최고치는 140.70달러(2008년 7월 4일)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55달러 상승한 107.83달러로 집계됐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0.72달러 뛰어오른 123.6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핵개발 프로그램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의 협상이 결렬되는 등 이란과 서방 국가의 갈등이 이어짐에 따라 원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국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가격도 23일 ℓ당 1993.82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휘발유 평균가는 지난달 6일(1933.51원) 이후 이날까지 48일째 올랐다. 지난 22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서울지역 휘발유값은 2074.58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중동지역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두바이유 가격이 최대 배럴당 180달러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아직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휘발유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유류세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무역수지와 물가도 비상이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24개월 만에 19억57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에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23일 “큰 폭의 적자 또는 흑자가 아니라 적자와 흑자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 아닐까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3.4%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도 상승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