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락비 사태, K팝 자성 계기 삼아야

입력 2012-02-24 21:57

7인조 남성그룹 블락비 논란은 한류의 치명적 약점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많은 교훈을 던져 준다. 대중가요는 한 나라의 문화적 요소가 집적된 것인데도 상품수출이라는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머물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다름없다. 이와 함께 당사자들이 정중한 사과를 했는데도 온라인에서 자살서명운동을 하는 등 마녀사냥식의 팬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놀라는 것은 아이돌 가수들의 지적 수준이다. 블락비는 지난달 말 태국 현지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태국 대홍수와 관련해 “금전적 보상으로 마음의 치유가 됐으면 좋겠다” “가진 게 돈밖에 없다”라고 말한 뒤 자기들끼리 “얼마?”라고 묻고 “7000원”이라고 답하는 등 재난을 농짓거리로 삼았다. 아무리 어린 가수들이지만 대중 앞에 서는 스타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국내 팬들의 태도도 지적받아 마땅하다. 블락비 발언이 있었을 때 태국 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20여일 뒤에 한국의 팬클럽 등이 시비를 걸고 나서자 태국 언론이 한국 상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태가 확산됐다. 블락비는 동영상에서 “어리석은 행동으로 상처와 피해를 준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멤버들이 90도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런데도 일부 네티즌들은 퇴출운동도 모자라 자살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하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해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에서 시범 실시했던 아이돌 가수 인성교육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기획사들도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해당국가의 문화와 풍속을 학습하는 등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인격을 갖추지 않은 노래기계라는 사실을 알면 어느 나라가 한류스타를 반가워하겠는가. 가수들도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기 점검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