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도의회 의장들의 볼썽사나운 외유

입력 2012-02-24 17:54

부산 경남 등 전국 10개 광역 지방의회 의장들이 개별 수행원을 대동하고 7박9일 일정으로 인도에 가 전통음료 시음 행사를 즐기는 등 관광성 외유에 나서 물의를 빚고있다. 여행경비는 모두 각 시·도에서 냈다. 겉으로는 인도의 발전된 IT산업을 시찰하고 두 나라의 교류협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으나 한국 대사관 방문을 빼고는 대부분 관광이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이 의원외교나 선진국 시찰 명분으로 해외로 나가 관광이나 도박을 즐기다 망신당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닌데 아직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의장들의 일정에는 꽃기름 등잔 띄우기, 전통요가 체험은 물론 남녀의 성적 결합을 표현한 미투나상 관람도 포함돼 있다. IT와 관련된 일정은 하나도 없다.

지역의 현안 해결에 골몰해야 할 시·도의회 의장들이 주민들의 혈세로 외국에서 한가롭게 관광을 즐긴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유급보좌관 채용, 의정비 인상 요구, 불성실한 의정 활동 등으로 지방 의원을 없애거나 축소하자는 여론이 높은데 비싼 돈을 들여 해외관광이나 하고 있으니 할 말을 잃게 한다.

광역의회 의장은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의원들의 대표로 시정이나 도정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살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또 주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이 적재적소에 사용되는지도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앞장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니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질책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복지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곧 시행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여파를 걱정하는 농촌지역 주민들은 속이 타 밤잠도 설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관광이나 즐기며 돌아다니다니 제 정신인가. 철저한 감사를 통해 비용을 모두 환수하고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주민들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