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2년은 정규직’ 판결] 노사 엇갈린 반응

입력 2012-02-23 21:45

노동계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해야” 환영

재계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 부를 것” 곤혹


재계와 노동계는 현대차의 사내하청을 ‘근로자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개별 근로자에 국한되고,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노동계는 제조업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는 점이 확정된 만큼 사내하도급 형태의 간접고용을 폐기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올해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이나 노동계의 집단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곤혹스러워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3일 “주요 선진국은 비정규직의 고용위축을 우려해 기간제나 파견제 업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처럼 일부 불공정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원청기업에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을 직접 책임지라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내하청 근로자 8196명(2010년 기준)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2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다 정규직 전환 후 생산인력의 탄력 운용도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도급계약을 통한 기업 간 정당한 업무 분업마저도 불법 파견으로 판단한 것은 아쉽다”며 “사내하도급 정규직화 등 일방적으로 법적 규제를 가하면 노동시장의 경직성 심화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 사건이 많은데 공장과 공정, 시기에 따라 경우가 다른 만큼 이번 판결을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나머지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의와 평등의 사법권을 수호한 대법원’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적극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불법파견이냐 도급이냐에 대한 쟁점이 사법부 최고법원인 대법원으로부터 확정된 것”이라며 “정부와 재벌은 사내하도급이라는 위장된 형태의 간접고용 확대정책을 폐기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불법파견 문제를 방치해 온 고용노동부는 이제라도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의 차별 철폐와 정규직 전환 등 고용형태의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아산·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로 현대차 사내하청제도가 불법파견임이 드러났다”며 “사측은 사내하청제도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원하청연대회의를 복원해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해결해갈 것이라고 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