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2년은 정규직’ 판결] 대법 ‘근로자 파견’ 간주… 의미·파장

입력 2012-02-23 23:25

전체 근로자 중 ‘사내하청’ 24.6%… 줄소송 이어질 듯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에서 일했던 최모씨를 파견근로자로 인정했다. 따라서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에 따라 최씨는 파견된 지 2년이 지난 시점부터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문제는 제조업의 생산업무는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릐파견근로자와 도급근로자=대법원은 “최씨가 정규직 근로자와 함께 같은 라인에서 일했고, 현대차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도급이 아닌 파견근로자”라고 밝혔다.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와 고용계약을 맺지만 원청업자의 지휘·명령을 받는다. 반면 도급근로자는 고용뿐 아니라 지휘·명령도 하청업체 소관이다.

파견근로자는 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파견기간은 1회 연장을 포함해 2년을 넘길 수 없다는 조항은 보호장치의 골자다. 대법원이 최씨를 현대차 직원으로 본 것은 2007년 파견법이 개정되기 전 ‘2년 이상 파견노동을 했을 경우 원청에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6조3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고용주가 직접 고용하고,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으로 바뀌었다.

현대차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는 8000여명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1900여명은 2010년 11월 현대차 정규직 직원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이다. 최씨처럼 해고된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400여명은 중앙노동위원회에 해고무효를 청구했다.

문제는 도급과 파견을 명백하게 가를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제기된 소송에서 근로자 개인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떤 식으로 일했는지를 설명하고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다양한 근무형태를 모두 법조문에 담아 일괄적으로 처리하기도 힘들다.

릐파견근로자 어떻게 되나=파견법 시행령은 파견이 허용되는 컴퓨터전문가, 운전·청소·경비 업무 종사자 등 32개 업종 191개 직종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 191개 직종이 아닌 경우 근로자 파견은 부당노동 행위로 불법이다. 대법원은 “자동차조립 등 제조업의 직접생산 업무는 근로자파견이 허용되지 않지만 파견 후 2년이 지나면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는 옛 파견법은 허가받지 않은 근로자파견에도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를 지금까지 도급으로 인정했던 사내하청이 실제로는 불법 근로자파견이므로 해당 법규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개별 근로자의 지위확인 소송 결과를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