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주둔 나토군 2명 피살… 미군의 코란 소각 사건, 보복테러로 확산 조짐

입력 2012-02-23 21:59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소속 미군의 코란 소각 사건에 분노한 아프간인들의 반발이 급기야 나토군 병사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지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프간인들의 분노가 반미 감정 차원을 넘어 전 세계 서양인들을 겨냥한 보복테러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AFP 통신은 23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 지역에서 군인복장을 한 아프간인이 미군 주도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 군인 2명을 향해 무기를 발포해 숨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군인들은 국제안보지원군 소속이다. ISAF 측 대변인은 사망한 군인들 국적은 확인해주지 않았다. 또 이번 사건이 코란 소각과 관련돼 있느냐는 물음에 “해당 지역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말해 연관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시위에 참가한 아프간인은 “이곳에서 외국군대 기지 방어 임무를 맡은 아프간 군인들이 시위에 참여해 발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ISAF 측 설명과 달리 4명의 외국 군대 소속 군인이 사망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외국군이 대응사격을 가해 아프간 경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나토군 사망은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인 탈레반이 앞서 이날 오전 이메일을 통해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코란 소각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서양인들을 구타하고 사살하라”고 촉구한 뒤 나온 것이다.

탈레반은 “우리 용감한 국민은 침략군의 군사 기지와 군용 차량, 침략 거점을 표적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서양인들을 살해하거나 폭행하고 생포해 다시는 코란을 모독하는 일이 없도록 교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은 아프간인들의 단순 저항 시위나 해당 미군에 대한 처벌 요구의 수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극도로 성난 민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이날 아프간 남부와 북부지역 시위 현장에서 3명이 사망했다. 아프간 북부 마글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총격전이 벌어져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남부 우루즈간 지역에서도 경찰과 시위대 교전으로 시위자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전날 아프간 수도 카불 동부의 파르완 주와 로가르 주 및 잘랄라바드 시 등지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로 시위대 7명이 경찰과 충돌해 숨졌다.

같은 날 아프간 하원 의원들은 코란을 태운 미군들을 처벌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경전 모독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더라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21일 카불 시내에서 60㎞ 떨어진 나토군 바그람 공군기지 내 도서관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소각한 사실이 드러나자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