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 성큼… 희소식] 세브란스 정재호 교수팀, 암 세포 굶겨서 죽인다

입력 2012-02-23 19:03


암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차단하면 항암효과를 5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재호 교수팀은 암 동물모델에게 당뇨 약인 ‘메트포르민’과 당 대사 억제물질인 ‘2-디옥시글루코스’를 투약하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정 교수팀이 당뇨 치료제를 실험 약으로 사용한 것은 암세포가 성장할 때 외부에서 공급되는 포도당을 주요 영양소로 취하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들은 당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겨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포도당이 체내에 필요 이상 많이 쌓여서 이를 줄이는 약(혈당강하제)을 치료제로 쓴다. 따라서 암 동물모델한테 당뇨 약을 주면 포도당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암세포는 에너지원을 충분히 얻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암세포는 굶어 죽게 된다.

정 교수팀은 이 원리를 암에 걸린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두 약물을 투여한 그룹(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그룹(대조군)으로 나눠 3주 뒤 어떤 차이가 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대조군의 암 용적은 3500㎣, 실험군의 경우 1700㎣로 측정됐다. 실험군의 암 크기가 대조군의 48.6% 수준에 그친 셈이다. 암 덩어리 무게도 대조군 20g, 실험군 9g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정 교수는 “2-디옥시글루코스가 암세포 안에 들어가 포도당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차단하고, 메트포르민은 에너지가 생성되지 못하도록 막는 등 성장을 2중으로 억제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애나 곤잘레스 박사팀과 공동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AACR)가 발행하는 항암제 전문 학술지 ‘분자종양치료’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