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꿈 찾아… 취업난에… 2030 귀농·귀촌 열풍
입력 2012-02-23 21:53
경북 의성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는 손형래(34)씨는 6년 전만 해도 대구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손씨는 2007년 연로한 아버지의 사업을 잠시 돕기 위해 고향 의성으로 내려왔다가 전업을 결심했다. 손씨는 23일 “불규칙한 밤샘 작업으로 심신이 지치던 중 고향에 내려오면서 전에 꿈꾸었던 사과농사를 해보고 싶었다”면서 “시간적·정신적으로 여유로운데다 수입도 생각보다 괜찮아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농어촌으로 향하는 2030세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030가구주의 귀농·귀촌 가구는 전년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청년실업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농어촌소득이 늘자 청년층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의 유입도 늘면서 지난해 농어촌으로 이주한 가구가 사상 처음 1만 가구를 돌파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20대와 30대 가구주가 귀농·귀촌한 사례는 총 1734가구로 2010년(612가구)에 비해 2.8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20대의 경우 296가구가 농어촌으로 이주해 전년도(59가구)보다 무려 5배나 늘면서 연령별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30대의 귀농·귀촌 가구수(1438가구)는 역대 최대 수준이며, 전년도보다 3배가량 뛰었다. 귀농인은 농어촌으로 이주해 농어업에 종사하는 것을, 귀촌인은 전원생활 등을 위해 농어촌으로 이주한 사람을 나타낸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2030이 시골로 발길을 돌리는 데에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확산 등 고용불안의 영향이 적지 않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젊은층의 귀농행렬이 경제상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농가 소득이 높아지면서 제2의 삶을 펼칠 장소로 농어촌을 고르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30대 이하 가구주의 농가 소득은 같은 연령대의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보다 3.3% 많았다. 지난해 소득이 1억원 이상인 농업인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1만5959명으로 집계돼 2009년 조사(1만3994명)보다 14%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귀농 가구 중 무직자 비율은 5.6%에 그쳤다.
한편 지난해 전체 귀농·귀촌 가구는 전년도보다 2.6배나 늘어난 1만503가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베이비붐 세대의 증가로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주하는 가구가 올해 2만 가구를 훨씬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