區의원, “돈봉투 혼자 가져와” 진술 번복… 난처한 檢 “큰 줄기엔 변화 없다”

입력 2012-02-23 18:52

“구속영장 발부 이후 수사상황에 변화가 생겼고, 참고인이 진술을 번복했다.”(변호인)

“구속 적부심에서 참고인은 동일한 진술을 했고 큰 줄기에는 변화가 없다.”(검사)

새누리당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21일 수사결과 발표이후 ‘부실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한 데 이어 유일하게 구속기소된 안병용(54)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재판에서도 핵심 참고인의 진술 번복으로 수세에 몰렸다.

안 위원장 측 변호인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부(부장판사 이종언)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전 은평구 구의원 김모씨의 진술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씨는 ‘나 혼자 캠프 사무실에서 돈 봉투를 가져왔고 누가 그것을 지시했는지는 명확치 않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초 김씨는 “안 위원장이 나만 데리고 위층 사무실에 가서 김효재 당시 캠프 상황실장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돈 봉투를 들고 내려와 동료 구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김씨 진술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안 위원장이 구의원들에게 돈과 함께 건넸다는 당협위원장 명단은 캠프 개소식 초청자 명단이고, 원래 13쪽인데 2쪽만 제출했다며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아울러 구의원 5명 가운데 김씨와 나머지 4명 진술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의원 5명 모두 증인으로 불러 대질신문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의원 5명을 증인으로 채택, 다음 달 12일 첫 공판에서 신문을 벌이기로 해 불꽃 튀는 공방이 예상된다.

변호인은 안 위원장이 돈을 건넸다는 박희태 후보 캠프 사무실 위층 방에 대한 현장검증과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명단에 대한 사실조회도 신청하는 등 검찰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은 지난 20일 제출한 보석신청에 대한 보충의견을 내면서 “안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참고인들의 진술이 번복됐다”면서 “참고인 진술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성급하게 영장을 청구했느냐”고 따졌다. 검찰은 “김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올 때 써온 진술서를 밀봉해 법원에 제출했다”고 맞받았다.

검찰이 지난 3일 서울시 당협 사무국장 30명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하면서 구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며 안 위원장을 구속기소한 핵심 근거는 김씨 진술과 당협위원장 명단이다. 따라서 김씨가 증인신문 과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당협위원장 명단이 안 위원장 측 주장대로 개소식 초청자 명단으로 판명될 경우 검찰은 곤경에 빠지고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