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갈등] “미행 따돌리려 약속 취소하고 귀가도”… CJ측 “미행 이렇게”

입력 2012-02-23 18:55

23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의 운전기사는 지난 16일 시내에서 이동 중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지난 14일 부친인 이맹희씨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지 이틀 만이다. 렌터카 번호인 ‘허’ 번호를 부착한 검은색 오피러스 승용차가 계속 따라붙고 있었다. 백미러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미행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그는 CJ 비서실에 “따라다니는 차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CJ그룹은 설마 하면서도 검은색 차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 자택과 CJ인재원 주변의 폐쇄회로TV(CCTV)도 의심스러운 차량이 세워진 곳으로 맞춰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을 미행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1주일 전에 파악하고 CCTV 등을 이용해 면밀히 추적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주말 외부 인사와의 약속을 위해 외출하던 중 뒤를 밟는 차량이 또다시 나타나자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21일에도 이 회장 자택에 오피러스 차량이 나타나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피러스 운전자는 같은 날 오후 3시55분쯤 렌터카업체에서 그랜저로 차량을 바꾼 뒤 다시 이 회장 자택 주변에서 배회했다. 미행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CJ 측은 증거를 잡기 위해 차량을 교체하는 장면 등을 모두 촬영했다. 증거를 확보한 CJ는 이 차량을 급습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쯤 이 회장의 차량이 자택에서 나오자 인근 골목에 숨어 있던 미행차량이 곧바로 따라붙었다. CJ 직원이 탄 다른 승용차는 미행차량을 뒤쫓아 차량 앞을 막아선 뒤 운전자를 붙잡았다. CJ 직원들은 “신분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운전자는 “보험사와 얘기하라”고 버텼다. 그는 경찰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고 했으나 경찰의 신원확인결과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김모(42)씨로 밝혀졌다.

노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