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살·살인, 보수정당이 집권하면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입력 2012-02-23 18:50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제임스 길리건/교양인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자인 제임스 길리건은 어느 날 통계를 분석하다 의문에 빠졌다. 분석 자료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의 미국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였다. 1세기에 걸쳐 자살률과 살인율은 동시에 높이 솟구쳤다가 동시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대체 왜 자살률과 살인율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일까. 이 의문에 매달린 끝에 그는 자살률과 살인율의 변화 주기가 대통령 권력 교체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수 정당인 공화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때마다 온 나라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치명적인 전염성 폭력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1900년에 10만명당 15.6명이던 ‘폭력 치사’(살인과 자살의 합계) 발생률은 1912년까지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21.9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민주당 우드로 윌슨 대통령 시절엔 17.4명까지 떨어졌다.

1921∼1932년 다시 공화당이 집권하자 발생률은 다시 올라가 1932년엔 26.5명으로 급등했다. 1933년 다시 민주당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선됐고 그의 집권 기간인 1944년에는 15명까지 줄었다. 이후 트루먼,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집권 기간에도 이 수준을 유지했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인구로 계산하면 자살자와 타살자는 민주당 집권기에 비해 공화당 집권기 때 11만4600명이 더 많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불평등과 폭력이 늘어나는 세상으로 몰아가는 보수 정당에 표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공화당이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모순된 구조를 밝혀낸다. 불평등이 폭력 범죄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범죄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면 미국인은 인권과 복지를 중시하는 진보적 정책을 비난하고 보수 성향의 후보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만약 범죄율이 높지 않다면 ‘범죄를 응징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표를 휩쓰는 보수 정당의 선거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반면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해 범죄율이 증가한다면 보수 정당에게는 득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수치심은 우파의 핵심 정서이고 죄의식은 좌파의 핵심 정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의 유권자들은 물론 정치가들에게도 중요한 지침이 아닐 수 없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