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갈등] 갈등의 뿌리는 ‘경영권 승계’
입력 2012-02-23 18:55
삼성과 CJ간 갈등이 또 불거진 데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장자가 아닌 3남에게 넘어간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3남5녀 중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장남의 경영능력을 믿지 못한 이병철 창업주는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1966년 한국비료공업의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돼 이병철 창업주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맹희 전 회장에게 경영을 맡겼으나 믿음을 주지 못했다. 작고한 차남 이창희 새한미디어 전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삼성그룹 비리와 관련한 청와대 투서사건이 아버지를 일찍 밀어내려는 이들의 의도로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3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 창업주 사망 뒤인 1987년 12월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룹 경영권 경쟁에서 밀려난 이맹희 전 회장은 제일제당(현 CJ그룹) 경영에만 관여하다 장남인 이재현 CJ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뒤 해외를 떠돌았다.
두 회사는 1994년 삼성과 제일제당 간 계열분리 당시 서울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 쪽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 출입자를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CJ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뒤 삼성이 삼성SDS를 앞세워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뒤늦게 참여했다가 법적 대응을 밝히기도 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1993년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창업주 사망 뒤 ‘제일’자가 들어가는 삼성 계열사들과 안국화재를 (아들인) 재현이에게 넘겨주기로 했는데 이건희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해 충돌하기도 했다.
이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