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증명서’ 효과 있을까… 탈북자들, 증명서 발급 받아도 中당국 승인 있어야 한국행 가능
입력 2012-02-23 18:49
당정이 23일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해 ‘한국민 증명서’ 발급을 검토키로 하면서 과연 이 증명서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재외공관에서 해외체류 국민에 대해 발급하는 서류 가운데 ‘한국민 증명서’라는 것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이 여권을 분실했거나 관련 서류가 부족해 국적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한국과 상당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일 경우 일종의 편도 여권인 여행자증명서(T/C)를 발급한다. 외교통상부는 별도의 한국민 증명서를 신설하는 게 아니라 이 T/C를 탈북자들에게 내주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T/C를 인정하는 건 전적으로 중국 정부에 달려 있다. 중국은 입국비자와 출국비자를 따로 발급하는데 중국 공안은 입국과정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 문제가 소명될 때까지 해당 외국인을 억류하고 출국비자도 내주지 않는다.
탈북자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한국 등으로 출국하지 못한다. ‘불법 월경자’로 낙인찍힌 이들이 우리 공관에서 T/C를 발급받는다 해도 중국 정부가 출국을 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이런 방침 때문에 탈북자 개개인별로 중국 공안 등과 입국과정 등을 협의해왔다. 중국 공안이 “출국해도 좋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에만 여행자증명서를 발급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양국 관계가 원만하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는 T/C가 탈북자들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 유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는 거의 인정받기 힘들다.
따라서 중국이 탈북자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재외공관이 발급한 T/C만으론 체포된 탈북자의 석방이나 해외 출국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탈북자라 주장하는 모든 사람에게 T/C를 내주기 힘들다. 위장 탈북자나 중국 내 재외동포의 불법입국을 일일이 가려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정부의 T/C 발급 검토 자체가 중국 측에 외교적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탈북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탈북자 입장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