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3차 고위급회담… 美, 식량지원 의제로 회담 기간 하루 더 연장
입력 2012-02-23 22:15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열린 첫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회담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3일 저녁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이 끝난 뒤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주중 북한대사관,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1시간30분이나 더 걸린 6시10분에 끝났다.
이에 따라 양측이 이번 북·미 대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숙소인 차오양(朝陽)구 웨스틴 호텔 로비에서 가진 회견에서 “오늘 북측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본질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오늘 저녁 북측 대표단과 만찬을 함께하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표단은 데이비스 특별대표의 회견이 끝난 직후 이 호텔 내 식당에서 만찬을 나누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만찬 회동은 미국 측 제안을 북한 측이 받아들여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회견에서 또 “오늘 이야기가 중단된 부분부터 내일 다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일은 좀 더 진전을 이뤄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 섞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회담에서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협상 도중에는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저녁 6시30분쯤 웨스틴 호텔에 도착한 뒤 만찬장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 취재진에 둘러싸여 “양측이 진지한 태도로 임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계관 제1부상은 “북·미 간 의견 접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협상이 진행 중이라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번 북·미 대화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이틀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2차 고위급회담이 열린 이후 4개월 만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로는 2개월 남짓 만에 회담이 열렸다.
이날 회담에서 미국 측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측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북한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미국 측이 식량 지원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게 회담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다. 그동안 미 정부는 정치 현안과 인도적 문제는 분리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북한 측은 이에 대해 농축우라늄을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6자회담을 조기에 재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북한 측은 미국 측의 식량 지원에 관한 전향적인 자세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