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영욱] 볼리비아의 변화와 우리의 전략

입력 2012-02-23 18:08


남미의 심장에 위치한 볼리비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지의 나라였으나 최근 세계 1위의 리튬 매장량을 차지하고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비롯하여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자원부국으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다.

볼리비아와의 협력을 위해서는 볼리비아의 역사적 경험과 현 볼리비아 정부의 노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볼리비아는 약 200년 전에 독립했지만,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인디언들을 위한 독립은 아니었다.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이래 형성된 식민지배의 진정한 종식은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가 선출된 2005년 12월에야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모랄레스 정부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원주민 독립투사인 투팍 카타리를 재평가하고, 신헌법을 제정한 후 국명을 볼리비아 공화국에서 볼리비아 다민족 국가로 바꾸고, 원주민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또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등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베네수엘라, 쿠바 등 중남미 좌파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아직 외국인투자법, 광물법, 석유·가스법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공백과 불확실성은 서구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너무 많은 잠재력을 가진 나라이다. 전기자동차 시대의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물론 구리, 은, 아연, 희토류, 천연가스, 석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최근 국가발전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가 발주되고 있다.

볼리비아는 서구 국가들에게 수탈당했다는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적대감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비서구 국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물론 서방 기업들은 오랜 사업 경험, 문화적, 언어적 이점과 인적 네트워크 등으로 우리보다 유리한 면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개발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서구 국가들의 투자와 지원, 발전 전략을 답습해 30년 만에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볼리비아의 우려에 대한 좋은 반증이다. 그들의 도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진작 서방국가들의 식민지가 되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해 9월부터 이런 얘기들을 볼리비아 당국자들에게 하고 다닌다. 그들이 차츰 솔깃해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실질적인 협력은 민간기업들을 통해서만 가능한 법. 볼리비아의 특수한 사정을 이해하고, 우리나라만의 장점을 홍보하면서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위험을 넘어선 수익을 본다면, 볼리비아 내 투자환경 악화는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다. 전 세계 모든 안전한 투자기회가 포화상태인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서구 기업들이 꺼리는 투자 환경에 과감히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전영욱 주 볼리비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