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반역설… ‘권력과 인간’

입력 2012-02-23 18:21


정병설 (문학동네·2만원)

조선의 21대 왕 영조는 1762년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였다. 학계에선 그동안 사도세자가 미쳤기 때문이라는 ‘광증설’, 우수했지만 집권층인 노론 세력에 맞서다 억울하게 죽었다는 ‘당쟁희생설’이 있었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사도세자가 영조를 죽이려다 죽임을 당했다는 반역설을 주장한다.

사도세자의 빈인 혜경궁 홍씨가 기록한 ‘한중록’을 중심으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이재난고’ ‘현고기’ ‘대천록’ 등 역사서와 개인 문집 등 사료를 바탕으로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다. 출신 콤플렉스로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걸핏하면 분노했던 영조는 사도세자를 성에 차지 않아 늘 다그쳤고, 그 스트레스로 사도세자에 정신적 문제가 생겼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자식을 죽이는 아비는 없다. 정신에 이상이 생긴 사도세자가 영조를 죽이려는 마음을 품게 됐고, 이를 안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가 영조에게 고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조선왕조 최대의 비극으로 꼽히는 이 죽음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은 것은 사도세자 아들 정조의 탓이 크다. 효성이 지극한 정조는 영조에게 청해 사도세자 관련 승정원일기를 지우고, 즉위한 뒤에는 미화작업까지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