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 갈등’ 호주 외교장관 전격 사임
입력 2012-02-22 19:19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총리직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던 케빈 러드 외교통상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러드 장관은 이날 급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을 발표하고 “길라드 총리의 지원 없이 더는 외교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드 장관은 “호주가 아닌 워싱턴에서 사임을 발표하게 돼 매우 불편한 심경이지만 나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드 장관은 지난 2007∼2010년 호주 총리를 지냈으나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자원세 부과를 주장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물러났다. 그는 총리직에서 밀려난 후인 지난 2010년 9월 외교통상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러나 최근 길라드 총리보다 러드 장관의 인기가 월등히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서 노동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수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러드의 총리직 탈환 가능성이 떠오르자 러드와 길라드의 지지세력은 다음 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의 표 대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여 왔다.
호주 언론에서는 연방의회 개원일인 오는 27일을 전후해 러드 장관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러드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내년 총선에서) 야당 대표인 토니 애보트를 꺾을 수 있는 적임자이냐 하는 것”이라고 언급해 여운을 남겼다.
외교 소식통들은 러드 장관이 25일 호주로 돌아가 가족 및 의회 동료와 함께 다음 행보에 대해 상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