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공장 올스톱… 전국 공사장 비상

입력 2012-02-22 21:46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분쟁으로 전국 레미콘 공장이 일제히 조업을 멈췄다. 사태가 3∼4일 내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전국 건설·토목 현장의 공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 레미콘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22일 예고한 대로 750여개 소속사들이 일제히 조업 중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연합회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 인하나 레미콘 가격 인상 등 타협점이 도출되지 않으면 조업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들 외에 유진, 삼표, 아주 등 대형 레미콘 기업들의 공장도 멈춰섰다. 중소업체들이 차량으로 레미콘 출하를 저지하기 때문이란 이유지만 대형업체들도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의 경우 이들 대형 레미콘회사가 전체 공급물량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4개 대형 레미콘회사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출하저지를 하는데 비슷한 처지인 우리가 물리적인 충돌을 하면서까지 출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도 이번 사안에 대해 중소업체들과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계가 올해 초 단행했던 가격 인상폭을 줄이거나, 건설업체가 레미콘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원가 상승으로 시멘트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고, 건설업계는 가뜩이나 부동산 침체로 허덕이는데 레미콘 가격을 올려주면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 주재로 레미콘·시멘트·건설 업계가 이날 가격협상을 위한 2차 회의를 열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종료했다. 다음 회의는 24일 갖기로 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 일부 건설현장은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조업중단에 대비해 레미콘이 들어가는 공정을 뒤로 미루는 등 조정을 했지만 사태가 5일 이상 지속되면 곳곳에서 공사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레미콘이 들어가는 공사가 대부분인 주택건설현장이나 관급공사 등은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 곧바로 일손을 놔야 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이 공사 비수기이긴 하지만 현재 한창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주택공사현장은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택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조업중단이나 레미콘 가격 인상 시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시멘트 제조 계열사를 보유한 대형 레미콘사까지 조업중단에 가세한 것을 두고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가 짜고 건설업체들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