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받드는 금융사들… 법 테두리 넘어섰다?

입력 2012-02-22 18:57


저금리 추세와 정부의 각종 수수료 인하 압박이 계속되면서 금융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 차원에서 ‘초우량고객(VVIP)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금융사들이 부유층을 상대로 자산 투자 외에 벌이고 있는 각종 세무 상담 등에 대해 세무사회가 ‘사실상 불법’이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VVIP 오세요” 금융권 경쟁 치열=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 등이 평균 30억원 이상의 현금자산을 맡기는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치열한 자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VVIP 점포인 SNI(삼성앤드인베스트먼트) 센터를 7곳 두고 있다. 이곳에는 예탁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고객만 321명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서울지역 3곳의 VIP센터에서 20일부터 기존의 자산관리서비스에 기업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결합한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V 프리빌리지 센터’를 연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부산에 VVIP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부유층을 상대하는 ‘신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센터’를 상반기에 총 8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최근 강남과 명동에 예탁금 30억원 이상 고객만을 상대하는 ‘스타 PB센터’를 잇따라 열었다. 삼성생명은 3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고객에 가문 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삼성패밀리오피스’를 강남에 열었고 2014년에는 부산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의 양극화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 슈퍼리치(초부유층) 확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금융회사가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면서 비용 부담은 일반 고객이 충당하고 있다”며 “자칫 서민과의 차별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 “VVIP세무상담은 불법” 주장=대다수 금융권은 VVIP유치를 하면서 각종 세무상담을 끼워 넣고 있다. 자산투자 외에 일종의 세(稅)테크까지 도와주면서 마케팅의 격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국세무사회는 금융업체들이 VVIP를 위해 세무상담 해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세무사법 제6조를 보면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세무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세무대리(세무상담 등)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에 비치한 세무사 등록부에 등록해야 한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등록이란 개업을 해야 한다는 뜻인데 은행에서 상담하는 것은 개업이 아니라 취업이어서 불법”이라고 말했다. 또 개업 세무사는 영리행위를 못하게 돼 있다.

세무사회 지준각 업무정화조사위원장은 “세무사를 직원으로 상주시켜 맨투맨으로 상담해주는 것은 세무사법 위반”이라며 “제보가 올 경우 금융권에 안내문 등을 보내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세무사법 상 세무대리 부분에 세무상담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대가 없이 상담하는 것은 위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