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묘하게 조선의 현금을 수탈했다… ‘역사스페셜-미두(米豆) 열풍’
입력 2012-02-22 18:26
역사스페셜-미두(米豆) 열풍(KBS 1TV·23일 밤 10시)
약관의 벼락부자 반복창은 부(富)를 이룬 지 불과 2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충남 서천의 내로라하는 땅부자 최만영은 전북 군산 앞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미두(米豆)취인소의 단골고객이었다.
미두, 글자 그대로 쌀과 콩을 말한다. 미두취인소는 현물 없이 일정기간을 두고 쌀과 콩의 거래가 가능한, 오늘날 선물거래소와 유사한 시스템이었다. 명목상으로는 쌀 공정거래 시장이었지만 실제로 쌀은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단지 미래의 쌀 가격을 예측해 사고팔았다. 값의 10%만 있으면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적은 돈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랬다.
결국 미두거래소는 대박을 노리는 미두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대부분 이익을 못 내고 패가망신을 당했다.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미두시장에서 이익을 본 것은 일찍이 선물거래 논리에 눈을 뜬 일본 상인들이었다.
일본 상인들은 1896년 인천을 시작으로 군산, 부산 등 개항장이 있는 곳에 계획적으로 미두취인소를 설립했다. 당시 ‘땅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현금은 미두취인소에’ 수탈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마치 카지노처럼 합법적으로 조선인들의 부를 강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두시장이 활용된 것은 아니었을까? 교묘하게 조선 경제를 수탈한 일본의 수법을 고발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