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 때 사상 검증하겠다는 민주당

입력 2012-02-22 18:24

4·11 총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통합당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부산·경남에서도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 어떡하면 격차를 줄일까 노심초사하는 반면 민주당은 어떡하면 격차를 더 벌릴까 고민하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선거환경 탓인지 민주당 공천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당권을 장악한 친노(親盧) 진영에서 공천 심사 때 무엇보다 정체성을 중시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명숙 대표는 “경쟁력보다 당 정체성에 맞는 인물을 발탁하겠다”고 말했고, 문재인 이해찬씨 등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단도 당 정체성에 걸맞은 후보 공천을 주문했다. 정체성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처음 거론된 이가 김진표 원내대표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정체성을 문제 삼아 김 원내대표의 불출마를 한 대표에게 요청했다는 소문이 나돈 데 이어 문성근 최고위원은 그제 우회적으로 김 원내대표 부적격론을 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여당 단독 처리를 막지 못한 점 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체성이라 함은 투쟁성과 동의어로 보인다. 현 정부·여당에 맞서 누가 더 치열하게 투쟁할 수 있느냐 하는 사상 검증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신해 현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친노 인사들의 섬뜩한 복수심이 읽힌다. 노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전 정부 때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원내대표에게 정체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흔들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당내 중도성향 의원들의 반발도 안중에 없는 듯하다.

도덕성이나 대중성보다 정체성을 공천의 제1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교만한 태도이기도 하다. 유권자들 사이에 반(反)MB 정서가 널리 퍼져 있어 부동층이나 중도층 마음을 사로잡지 않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