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윤복희 (17) 故 하용조 목사와의 첫 만남, 그리고 연예인교회
입력 2012-02-22 17:59
“어, 복희씨! 잘 왔어요. 저기로 갑시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정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곽규석 아저씨가 나타나 반갑게 제 손을 잡았습니다. 아저씨 옆에는 청년 한 명이 웃고 서 있었습니다. 저는 아저씨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니 조그만 예배실이 있었습니다. 아시아 선교를 위한 외국 신학생들의 채플실이었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도행전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옆에서 웃고 있던 청년이 성경을 펼쳐주며 제게 말했습니다. 그분은 하용조 전도사님이었습니다. 이제 갓 신학교를 졸업한 그분은 대중문화를 변화시켜야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세운다는 생각으로 연예인 성경공부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저는 그날 난생 처음 성경을 읽었습니다. 그러니 내용을 제대로 알 리가 없었습니다. 그저 글씨를 읽을 뿐이었죠. 그런데 그 구절, 그러니까 사도행전 1장 8절에서 목이 메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하 전도사님은 연예인 성경공부를 준비하면서 생면부지의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울고 있는 제 손을 붙들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기도는 저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 됐습니다. 저는 그날 처음 보는 악보로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뭔지 모를, 폭발할 것 같은 기운이 내 입을 움직였습니다. 평생 유행가만 불렀던 내 입술이 움직이며 찬양이 나왔습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1976년 2월의 마지막 날, 저는 사마리아에 있었습니다. 사마리아의 수가 성에 찾아오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참으로 많은 죄를 지은 저는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많다는 말씀을 마음속에 아로새겼습니다. 그 이후 한 주간 제 인생에 격랑이 휘몰아쳤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일주일처럼 제 마음속 세상이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암흑과 궁창과 죄에 가득 찬 제가 다시 빚어지는 한 주간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상하며 내 모든 뼈가 떨리며 내가 취한 사람 같으며 포도주에 잡힌 사람 같으니 이는 여호와와 그 거룩한 말씀 때문이라.”(렘 23:9)
저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 같았습니다. 제 온 몸이 부서지고 온 몸의 뼈가 흔들렸습니다. 무엇인가 고백하기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정에서 만든 나무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일주일 뒤인 3월 7일, 연예인교회가 창립됐습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연예인 성경공부가 시작됐습니다. 하 전도사님이 사도행전 1장 4∼5절로 설교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뜨거울 불처럼 저를 달구었고, 날선 검처럼 저를 찔렀습니다. 제 마음은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뜨거움으로 넘쳐났습니다. 어둡던 제 속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저는 놀라운 빛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빛이 왔어요! 뜨겁고 놀라운 빛이 내 몸을 불사르고 있어요!” 제 말에 모든 사람들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하지만 하 전도사님은 침착했습니다. 그분은 말없이 제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권능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그리고 땅 끝까지 가서 내 증인이 될 것이다.”(행 1:8)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