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기자회견-주변인물 물의·내곡동 사저] 친인척·측근 비리 “할 말이 없다”… 직접 사과 안해
입력 2012-02-22 23:30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불거진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소회만 밝힌 채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고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면서 “화가 나고 가슴을 칠 때가 있다.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이어 “살기 힘든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살 만한 사람들이 주위에서 비리를 저지르다니, 제 심정도 그런데 국민 마음은 어떻겠나. 정말 국민께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친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이 보좌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청와대의 김두우 전 홍보수석과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측근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된 데 대한 심경을 피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논란과 관련해서도 “제가 챙기지 못해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사과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가슴이 막히고 화가 나고 가슴을 치고 싶은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라며 “측근 비리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듣고 정말 할 말이 없다.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던 국민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한국말 어법”이라고 공격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마지막 1년마저도 국민과 싸우겠다는 대통령의 결의를 확인한 슬픈 날”이라고 총평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구상찬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건 측근 비리나 국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인데, 변명으로 보이는 말만 늘어놓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면서 “차라리 기자회견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 글에 “기자회견이 역효과를 낼 거라던 우려가 사실로…, 민주당을 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게 생겼어요. 세상에 이렇게 민심을 모를 수가”라고 적었다. 친이명박계 김용태 의원도 “적어도 ‘회전문 인사’ 만큼은 대통령이 확실하게 (사과의) 말씀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약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직접적인 사과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평소 대통령 표현으로 미뤄볼 때 가장 진솔한 사과 표시”라고 언급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사실상 사과의 표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은 “당·청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국정 전반의 상세한 설명으로 진전된 소통의 자리가 됐다”고 구두 논평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월2일 신년 국정특별 연설에서도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짤막하고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해 야당으로부터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