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논란… 글로벌 금융위기 없었다면 ‘747 공약’ 성공? “억울” VS “구시대 정책”

입력 2012-02-22 18:28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747 공약’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금융위기만 없었다면 현 정부의 비전, 즉 MB노믹스의 핵심인 747 공약은 성공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이명박 정부의 첫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전야제 축사에서 그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산은 측에 따르면 강 회장은 “바깥에선 한국 경제의 성공을 말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말하고 있다”며 현 정부 경제성과 평가에 인색한 전문가들을 비판했다.

747 공약은 7%대 경제성장률로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현 정부의 대표공약이었다. 그러나 2008∼2011년 연평균 성장률은 3.1%, 2011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749달러(추정치)에 불과했다. 강 회장은 금융위기라는 외부환경 악화 탓이라고 변명했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747 공약은 MB노믹스의 대표적인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라고 본다.

우선 수치 목표를 앞세우는 것은 개발연대의 낡은 유산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분명 압축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성장보다 압축성장으로 빚어진 양극화,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의 이중구조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 그 자체보다 그 이면의 문제를 어루만지는 쪽으로 경제정책을 꾸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아무리 4만 달러에 이른다고 해도 그 수치는 평균값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극화 및 경제 이중구조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되레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실제로 MB노믹스에서 자주 거론됐던 누수(trickle down) 효과, 즉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우선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성장의 과실은 시차를 두고 중견·중소기업, 서민들에게까지 흘러내려간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다. 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통한 고용확대 정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토건국가 체질도 전면적 수정이 요청된다. 예컨대 건설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은 현 정부 출범 전인 2006년 기준 7.7%로, 영국 6.8%, 독일 4.0%, 프랑스 6.3%, 미국 5.3%, 일본 6.1% 등보다 현저히 높다.

부동산 경기에 좌우되는 경제정책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신화, 가계부채 증가 등을 낳고 있음을 감안할 때 경제운용의 초점은 수치목표보다 서민경제, 균형경제 등 내실을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다.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단순한 GDP 증가 신화에서 벗어나 경제운영의 최종 목표를 서민생활의 안정과 환경적 안전보장의 확보에 두어야 한다”며 “사회적 양극화, 노동의 불안정성, 환경 파괴 등의 문제는 GDP 증가라는 화려한 외피 속에 숨겨져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고 747 공약 자체를 비판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