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영상 속으로 “개썰매 타고 설원을 달린다”… 캐나다 화이트호스에서 즐기는 겨울 액티비티
입력 2012-02-22 17:42
캐나다의 엘도라도로 불리는 화이트호스는 겨울이 한창이다. 알래스카와 북극해가 이웃인 유콘 준주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화이트호스의 한겨울은 영하 10∼30도. 200m 남짓한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늘어선 파스텔 톤의 낮은 지붕들이 정오의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흡입하고 있다.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도시 화이트호스는 알래스카 하이웨이가 통과하는 요충지. 구리 광산으로 유명한 화이트호스는 골드러시 시절 ‘황금의 도시’ 도슨시티로 가는 출발점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금광을 찾아 화이트호스로 모여든 사람들은 증기선에 가재도구를 싣고 유콘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얼어붙은 동토를 깨우는 고동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내뿜던 증기선들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대형증기선 ‘S.S. 클론다이크’는 유콘 강과 맞닿은 슈왓카 호수에 박제처럼 보존돼 옛 영화를 반추하고 있다. 3000㎞ 길이의 유콘 강을 오르내렸던 증기선은 선미에 물레방아 모양의 수차를 달고 있는 선미외륜기선. 이 증기선들은 동력을 얻기 위해 나무를 사용했다. 화이트호스와 도슨시티 사이에는 땔감용 나무들을 저장해 놓은 나무창고들이 50∼100마일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화이트호스는 북미 최고의 개썰매 경주대회인 ‘유콘 퀘스트 개썰매 대회’로도 유명하다. 옛날의 우편배달 경로인 유콘 강을 따라 달리는 국제대회로 1600㎞ 떨어진 알래스카의 페어뱅크스까지 최소 열흘 이상이 걸리는 모험 레포츠.
매년 2월 중 가장 추운 날을 선택해 열리는 이 대회는 올해의 경우 지난 4일 페어뱅크스에서 시작됐다. 때마침 옛 화이트호스 기차역 옆에서는 14일 만에 15번째로 도착한 일본인 여성과 썰매 개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말머리를 닮은 유콘 강의 얼어붙은 지형에서 유래됐다는 화이트호스는 작은 마을이지만 제법 볼거리가 많다. 메인 스트리트의 건물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그린 파스텔 톤의 벽화가 겨울이 길어 우울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1900년 개척시대에 지어져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안고 있는 오래된 통나무 교회와 당시 가장 높았다는 3층짜리 통나무집도 눈길을 끈다.
화이트호스의 역사를 한눈에 보려면 맥브라이드 유콘 역사박물관을 찾아야 한다. 박물관에는 무스를 비롯해 유콘 지역에 사는 동물들의 박제와 개척시대 삶의 모습을 담은 가재도구와 의상, 마차 등이 전시돼 있다. 당시의 의상을 입어보는 체험장도 관광객들에게 인기.
유콘 준주의 자연을 이해하려면 밴쿠버와 화이트호스를 오가는 50인승 여객기의 조그만 창을 주시해야 한다. 밴쿠버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북쪽을 향해 1시간쯤 날아가면 눈으로 뒤덮인 설산과 거대한 호수들, 그리고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리는 유콘 강과 협곡 등 대자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인공물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대자연의 신비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실제로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보려면 화이트호스에서 30㎞ 떨어진 ‘유콘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찾으면 된다. 거대한 뿔이 멋스런 무스, 절벽을 타는 산양, 하얀 꼬리가 탐스러운 백여우 등 추운 지방에서 사는 동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파리 투어와 달리 차에서 내려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화이트호스의 겨울철 레포츠로는 개썰매가 으뜸이다. 짧은 여름을 제외하고 연중 눈으로 덮여 있는 화이트호스의 전통적 이동수단은 개썰매. 4마리의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한두 시간 동안 꽁꽁 얼어붙은 호수나 설원을 달리는 맛이 짜릿하다. 묵툭 어드벤처를 비롯한 개썰매장에는 개마다 이름과 집이 따로 있을 정도.
개썰매는 초보자들도 쉽게 탈 수 있고 안전하다. 요령은 개들이 속력을 높일 때나 커브를 돌 때 살짝살짝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것. 오르막에서 개들이 힘이 빠지면 한 발로 땅을 박차면서 밀어주면 된다. 노련한 가이드가 선두를 지키기 때문에 설원에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이밖에도 화이트호스에는 설피처럼 생긴 스노슈즈를 신고 눈길을 걷거나 얼음호수에 구멍을 뚫고 팔뚝만한 고기를 낚는 아이스 피싱, 시속 80㎞ 이상으로 설원을 질주하는 스노모빌 등이 짜릿하다.
화이트호스에서 하나뿐인 타키니 온천은 천연 미네랄 성분의 야외온천으로 온천수 온도는 섭씨 45도.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1시간쯤 있으면 추위로 지친 심신이 말끔하게 회복된다. 운이 좋으면 노천탕에서 온천욕을 하면서 오로라도 감상할 수 있다.
화이트호스(캐나다)=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