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LG배 또 준우승

입력 2012-02-22 18:16


한국과 중국이 세계 정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상할 정도로 기우는 기전이 있다. 이번으로 16회를 맞이한 LG배 세계기왕전은 2009년 13회부터 계속해서 중국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13, 14회는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 벌어져 구리 9단과 콩지에 9단이 각각 이세돌 9단, 이창호 9단을 2대 0으로 꺾었고 15회에서는 한국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중국 기사들의 결승전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당시 박문요 9단이 콩지에를 2대 0으로 따돌리고 세계대회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지난 13일부터 16회 결승 3번 승부가 시작됐다. 이창호와 중국 장웨이지 5단의 대결. 이창호에게 이번 LG배는 색다른 경험이자 절박한 의미를 갖고 있다. LG배 초대 우승자이며 네 번의 우승을 차지해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는 최근 랭킹(당시 랭킹 9위) 하락으로 본선시드를 받지 못해 예선전부터 출전하게 됐다.

다른 기사들에게는 일반적인 일이지만 이창호에게는 낯선 일이다. 국내외 140번의 우승 경험이 있는 이창호에게는 불편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창호는 묵묵히 한 판 한 판 올라섰다. 구리와 일본 이야마 유타 9단, 대만 천스위엔 9단, 중국 씨에허 7단 등을 이기고 9연승을 거둬 결승에 진출했다.

상대인 장웨이지는 1991년생으로 2005년 프로가 됐다. 2010년 구리를 꺾고 중국 명인전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후지쓰배 세계대회 4강에 오르며 이름 석 자를 알렸다. 가히 폭풍 성장이라 이를만하다. 이번 LG배 역시 예선전부터 시작해 한국의 조한승 9단, 목진석 9단, 원성진 9단, 김지석 7단을 연파하며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에 올랐다.

장웨이지는 젊은 패기로 최근 상승세가 무섭긴 하지만 큰 승부 경험 면에서는 비교될 수 없는 상대이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 대만까지 4개국 기사가 고루 우승한 이력이 있는 이변 많은 기전인 만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한시간 각자 3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로 진행된 1국은 6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마지막 이창호의 실수로 승부가 결정됐다.

막판에 몰린 가운데 2국은 15일에 이어졌다. 이창호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초반 적극적으로 상대의 돌을 몰아갔지만 장웨이지의 침착한 반면 운영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장웨이지는 이창호를 2대 0으로 이기며 만 20세 4개월의 나이로 LG배 역대 최연소 우승, 중국기사 역대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이창호는 이번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하며 2006년 이후 세계대회 10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세계바둑계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까? 2012년 첫 한·중 대결은 중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