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우여곡절 끝 출항…국내경제 한단계 도약 발판

입력 2012-02-21 23:56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3월 15일 0시부터 발효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새로운 경제지도를 쓰게 됐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하는 거대시장과 맺은 자유무역은 우리 제조업의 수출을 늘리면서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극화 심화 등 FTA의 부작용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않을 경우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찮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야당이 한·미 FTA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에서 총선을 앞두고 발효됨에 따라 정치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자동차·섬유 수혜 기대=한·미 FTA 발효 직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업종은 자동차다. 승용차의 경우 2015년까지 2.5%의 미국 수입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8%의 한국 측 관세는 4%로 줄어든다. 2016년부터는 양측 전 차종에 대한 수입관세가 철폐된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2.5~4%의 미국 관세와 최대 8%인 한국 측 관세가 바로 없어지면서 양국 업계가 윈윈하게 된다.

섬유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섬유 분야에서 평균 13.1%의 관세가 폐지돼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는 15년간 연평균 4800억원의 생산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가공 포도주스, 주스용 냉동 원액, 체리, 건포도 등도 관세가 즉시 철폐돼 싼값에 미국 농산물을 맛볼 수 있게 된다.

◇ISD 어떻게 되나, 정치적 논란 걸림돌=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가 발효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논란의 핵심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재협상이 과연 결실을 맺을지가 최대 관심사항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ISD에 대한 재협상은 FTA 발효 후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만들어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는 양국 정부 대표로 구성되며 첫 번째 회의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열린다. 이 위원회에서 ISD의 수정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한·미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문제는 ISD 재협상 논의의 수위 조절이 가능하느냐다. 야당과 진보시민단체들은 공공정책의 침해, 사법주권 훼손 등을 이유로 ISD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ISD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정치적 공방도 예상되는 걸림돌이다. 통합민주당은 다수당이 될 경우 ‘재협상 무산 시 폐기’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이 제1당으로 등극할 경우 한·미 FTA는 위태로운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이념적 갈등까지 더해질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미 FTA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만 가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FTA 발효가 제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양극화 심화, 취약 산업기반 붕괴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이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통해 FTA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