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언어장애인 교수 1호 탄생..내달 1일자 국립 부경대 이상윤 교수 임용

입력 2012-02-21 22:32


“장애인 모두가 희망을 갖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 봅니다.”

이상윤(38·사진)씨는 다음 달 1일 자로 국립 부경대학교 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로 부임한다. 언어장애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교수 임용이다. 강의를 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언어장애인이 교수에 임용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드문 사례다.

이씨는 21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섰다”고 했다. 스스로를 다잡는 말이다. “지금까지 이룬 것에 안주하지 않고 좋은 연구 성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그가 선 곳은 개인적인 출발점만은 아니다. 국내 첫 언어장애인 교수이기에 언어장애인 후배들에겐 희망이다. 그도 알고 있다. “언어장애인 후배들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 주류 사회에서 등용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도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씨는 2006년 왼쪽 눈 아래와 입천장 사이인 상악동 지역에 원인 모를 암(악성 종양)이 발병했다. 생존 확률이 1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항암 치료를 받으며 왼쪽 광대뼈 부분을 모두 드러내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얼굴에 기형이 발생했다. 그는 현재 보철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입안 내부가 시간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보철을 1년에 한번 정도 새로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입안이 헐고 피가 철철 흐르기도 한다.

“저는 언어장애 4급입니다. 보철이 없으면 대화가 불가능하지만 보철을 사용하면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사용하면 내용을 들을 수 있듯이 언어장애인은 보철을 사용해야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보철을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언어장애인의 경우 보철이 잘 안 맞아 결국 포기하고 수화를 배우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또 조선과 해양과학 기술을 정보기술(IT)과 융합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연구를 통해 과학기술정책(STS)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만들기: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 ‘기술,배,정치:기술 배 정치는 세계 패권을 어떻게 바꿨는가?’ ‘과학기술과 국제정치: 한국의 글로벌 해양전략’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석·박사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보통 3시간 이상 수업을 할 때는 입안에 피가 철철 흘러 내렸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죽을 각오로 참고 말을 계속하니까 기적 처럼 피가 멈추고 현재 강의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게 됐습니다. ”

이씨는 2007∼2009년 부산 YMCA 교육위원을 맡으면서 장애인 등 소외 계층에 눈을 뜨게 됐다. 소외 계층과 방임아동 교육권 보호에 관심을 두면서 지역 시민운동에 앞장섰다. 이를 위해 영남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부산에서 신부산교회, 수영로교회 등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이씨는 굶주리는 우리의 이웃 북한 동포를 돕고 싶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먹을 거리는 돈을 벌어다 줄 제대로된 공장을 지어주려 한다. 특히 자신의 전공 분야를 활용, 북한 지역에 남한의 조선산업 단지를 최신의 기술혁신방법인 산업클러스터 특화 방식으로 이식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산업 연구’라는 논문을 한국기술혁신학회(KCI) 학회지에 단독으로 게재했다.

“요즘 청년·대학생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 밀려 앞날이 불투명하고 희망이 없다고 불평하곤 합니다. 제 제자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희망을 갖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다면 꿈과 희망을 이룰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