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북자, 난민 아닌 불법 월경자”… 우리측 강제북송 중단 요구 일축, 양국 갈등 고조
입력 2012-02-21 19:31
중국 내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놓고 한·중 외교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제기해서라도 탈북자들을 국내로 데려오겠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탈북자가 ‘불법 월경자’라는 입장을 천명하며 우리 측 요구를 일축했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21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27일부터 4주 동안 제네바에서 열리는 UNHRC에서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탈북자 강제북송 금지 원칙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유엔총회 등에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한 적은 있지만 UNHRC에서 중국을 상대로 탈북자 강제북송 금지를 주장한 적은 없었다. 이번 UNHRC 회의에는 민동석 외교부 2차관 또는 김봉연 다자외교조정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부의 UNHRC 제기 방침은 지난 19일 난민 관련 국제협약 준수를 중국에 촉구한 데 이어 나온 첫 실질적 조치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대(對) 중국 압박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화법(탈북자 북송이 난민협약 위반이라는 우리 정부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훙 대변인은 “관련 인원(탈북자)들은 경제 문제 때문에 중국에 넘어온 이른바 불법 월경자”라면서 “해당 월경자는 난민의 범위에 속하지 않을 뿐더러 유엔 시스템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중국은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적인 원칙에 따라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며 “이런 중국 입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북자 강제 북송이 인도주의 원칙과 난민에 관한 국제협약에 어긋난다는 우리 정부 지적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그러나 탈북자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탈북자 수십 명을 붙잡아 북송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인적사항은 물론 신병에 대해 확인조차 해주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의 한국영사관에는 국군포로 가족 5명 등 11명의 탈북자가 3년 가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우리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이들 중에는 2002년 국군포로 아버지(백종규씨)의 유골을 갖고 탈북한 뒤 2004년 한국행에 성공한 백영순씨 동생과 자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 우리 공관에 들어갔지만 봉쇄조치로 사실상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수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