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중복가입 걸러내 사기 막는다… 금감원 ‘모범규준’ 마련키로
입력 2012-02-21 19:15
50대 회사원 김모씨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내와 짜고 일가족 5명이 총 21개 보험사, 85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김씨 가족은 이후 같은 기간 총 70차례 경미한 질병 및 상해사고를 빙자해 2800일 이상 입원했다. 8년간 거의 매일 가족 5명이 돌아가면서 입원한 셈이다. 김씨는 이를 통해 총 7억원의 보험금을 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김씨 일가의 빈번한 입원과 보험금 수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보험사기 혐의자들은 1인당 평균 10건의 보험에 가입, 일반 보험가입자보다 6∼7배가량 가입 건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다수의 보험에 중복 가입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보험사기 혐의자 1인당 보험 9.8건 가입=금융감독원은 2005∼2011년 상반기 생명보험 및 장기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3만8511명(적발금액 5187억원)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들은 1인당 평균 9.8건의 보험에 가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적발되거나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적발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람들이다.
보험연구원의 ‘2011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인별 생명보험 가입건수는 1.6건, 손해보험 가입건수는 1.4건 수준이다. 보험사기 혐의 적발자의 가입건수는 일반인보다 생명보험의 경우 6.1배, 손해보험은 7배 많은 것이다.
특히 10건 이상의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만4870명(2065억원)으로 전체 적발자의 38.6%를 차지했다. 3개월 이내에 5건 이상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람도 4246명으로 11%에 달했다.
금감원 보험조사실 박종각 팀장은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은 것은 보험업계 간 계약정보 공유나 활용체계가 아직은 미흡한 데다 각 업체 간 영업경쟁으로 계약심사 기준이 완화된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별 계약심사 편차가 심하다 보니 중소보험사로 계약을 옮기는 풍선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과다 보험료, 다수 보험 중복가입 억제=상황이 이러하자 당국은 보험금을 타려고 지나치게 많은 보험료를 내거나 여러 보험사와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보험업계와 함께 1분기 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보험계약을 모집할 때 지켜야 할 ‘계약인수 모범규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보험사기를 염두에 둔 계약을 미리 차단해 보험금 누수를 막고 선량한 계약자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모범규준은 보험사가 자사와 타사를 포함한 담보별 가입 한도를 설정하고, 한도를 넘겨 계약을 인수하려면 심사 담당자가 사유를 적도록 했다. 다른 보험사의 가입 여부와 보험금 지급 실적을 확인해 단기간 내 특정 상품에 집중적으로 가입하거나 월 소득을 웃도는 보험료를 내는 계약을 걸러내려는 것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