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수사결과 발표] 검찰 발표로 본 ‘돈 봉투’ 사건 전말·수사 의문점
입력 2012-02-21 22:20
새누리당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검찰의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가 47일 만에 막을 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장을 기소하는 등 성과도 있었으나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몸통’은 찾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기소자들의 혐의도 확실한 증거가 없고 대부분 정황증거나 진술에 의존한 것이어서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이 밝혀낸 사건 전말=박희태 국회의장은 2008년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를 돌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 명의로 하나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캠프에서 자금을 총괄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은 여직원을 시켜 박 의장 계좌에서 7월 1∼2일 1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했다. 조 수석비서관은 7월 1일 또는 2일 캠프 전략기획팀 직원이던 곽모(33)씨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토록 했다. 고 의원은 전대 다음날 보좌관을 시켜 돈 봉투를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에게 전달했다. 고씨는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의원에게 반납 사실을 보고했고 김 의원은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었다.
안병용 서울시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구의원 5명을 캠프 사무실로 불러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며 2000만원을 건넸다. 검찰은 박 의장이 라미드그룹에서 받은 변호사 수임료 4000만원 중 일부가 안 위원장에게 건너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구의원들은 나중에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 2000만원을 반납했다.
◇수사의 한계…남는 의혹=수사의 가장 큰 맹점은 돈 봉투 전달을 기획하고 지시한 사람인 ‘몸통’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돈 봉투 전달을 지시한 사람은 구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넨 안 위원장뿐이다. 하지만 원외 당협위원장이 윗선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돈 봉투를 전달케 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고 의원실에 전달된 돈 봉투는 제공자만 있고 지시자는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안 위원장이 구의원들에게 지시한 것과 김 전 수석이 곽씨에게 지시한 것의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사람이 전달해야 돈 봉투 전달 지시가 성립한다”며 “구의원들은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데 반해 고 의원실에 돈 봉투를 전달한 ‘뿔테남’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범행도구로 활용됐다”고 말했다.
고승덕 의원 외에 돈 봉투를 받은 다른 의원들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내지 못한 것도 수사의 한계로 지적됐다. 고 의원의 여비서가 밝힌 대로 돈 봉투가 담긴 노란색 봉투가 전달자의 쇼핑백에 가득 들어있었다면 다른 의원실에도 전달됐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돈 받은 사람이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추가로 돈 봉투를 받은 의원을 밝혀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장이 해외 순방 중에 고 전 비서와 통화하는 등 ‘윗선’에서 부하직원들에게 검찰조사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고 전 비서는 고백의 글에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조 수석비서관 가족계좌로 방산업체가 1억원의 돈을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검찰은 곁가지라고 판단,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봐주기라는 의혹을 샀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