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어 놓고 뭘 어떻게…” 일선학교 담임기피 진통
입력 2012-02-21 22:52
“담임교사가 학교폭력을 방치했다고 형사입건까지 됐는데 누가 담임 맡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오는 3월 개학을 앞두고 각급 학교가 담임 배정작업을 서두르지만 담임교사 기피현상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 A중학교 교감은 21일 “너도나도 담임을 기피해 골치를 앓고 있다”며 “교사의 초심을 생각하자며 내년에는 담임에서 빼주겠다고까지 말하면서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B고교의 경우 담임지원자가 10여명에 그쳤다. 그나마 지원교사들도 학교폭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3학년을 맡으려고 경쟁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전 한 고교교사는 “담임 손발을 다 묶어놓고 학생지도를 하라고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추궁하는데 누가 손해 볼 일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학교폭력 사건이 10여건이나 발생했던 청주의 C중학교 교사 상당수는 아예 다른 학교 전출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교사 43명 중 69%인 30명이 타교 전출 희망서를 제출했다. 타학교의 평균 전출희망률이 30%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제주시내 D중학교 교감 김모씨는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이 있는 반 담임은 아무도 맡으려고 나서지 않는다”며 “추첨으로 담임을 뽑는데 문제학생 반이 걸린 교사의 경우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고 전했다.
각 교육청은 급기야 담임교사에 대한 ‘당근’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경남도교육청은 경남교육행복카드 복지기금으로 담임교사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남 여수교육청도 담임교사 일부를 해외연수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북도교육청도 담임수당 등 기본적인 혜택 외에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복수담임제에 대해서도 일선학교 반응은 시큰둥하다. 교사들의 업무부담만 늘었지 역할분담이나 책임, 학생들의 정서적 문제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양천구 E중학교 한 교사는 “복수담임제 실시로 교사들의 책임감과 업무량만 늘어났을 뿐 보상은 별반 나아질게 없다”고 비판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복수담임제 실효성엔 의문이 많다”며 “담임들끼리 서로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서로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경우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전국종합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