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남자야 여자야?… 성 정체성에 혼돈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 급증세

입력 2012-02-21 22:59

‘자주색 튀튀 드레스(발레용 치마)에 돼지꼬리 모양으로 곱게 땋은 금발.’

누가 봐도 예쁜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남자다. 올해 5세인 자크 애버리는 남자로 태어났으나 3세 때부터 여느 남자아이들과 달랐다. 분홍빛 옷을 좋아했고, 긴 금발은 붉은 리본으로 묶었다. 부모들은 의사에게 그를 데려갔고, 4세 때 영국 최연소 성정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1년 이상을 여자아이로 살고 있다. 그가 다니는 영국 에섹스의 초등학교는 화장실을 개조했다. 어머니 테레사 애버리는 “처음에는 무척 놀랐으나 이제는 가족들이 인정하고 학교 친구들에게도 잘 설명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성적정체성에 혼돈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21일 외신들에 따르면 성정체성 장애로 심지어 성전환 수술을 하는 어린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의료잡지 ‘피디아트릭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자신들이 잘못된 성을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10대나 심지어 더 연령이 낮은 어린이들이 늘고 있으며 그들에게 성전환 수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나 의료진들도 증가하고 있다.

논문 저자의 한 사람이자 ‘보스톤 어린이병원’ 소아과 의사인 노먼스팩 박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린이 1만명 중 1명 정도가 환자인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을 단지 성정체성장애 환자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료진들 중에는 성전환수술을 포함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미국의 한 병원은 4세 어린이를 시술한 적도 있다. 그러나 윤리적·의료적 관점에서 성전환 수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18세가 되기 전에 외과적 수술을 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여성으로 바뀐 남성의 가슴이 커지지 않는다든지, 반대의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호르몬 요법을 권유하기도 하나 고용량을 장기 이용할 경우 혈액응고나 암 발병 등 심각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