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탈북자 북송’ 갈등] “中 난민 인정 여부는 주권국 재량행위” 되풀이
입력 2012-02-21 22:33
중국 외교부가 21일 탈북자에 대해 ‘불법 월경자’라는 입장을 보인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1982년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가입했지만 탈북자를 ‘경제적 동기에 의한 불법 입국자’로 간주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난민협약상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난민의 범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유엔에서 논의할 문제도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대신 86년 8월 북한과 중국 사이에 체결된 ‘변경지역에서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유지 업무의 상호협력에 관한 의정서’에 따라 탈북자들을 북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의정서는 중국 공안부와 북한 국가보위부가 주체가 돼 서명한 뒤 98년 7월 한 차례 개정됐다. 개정된 의정서는 86년 당시보다 불법 월경자의 범위를 확대한 게 특징이다.
즉 국경 경비대상 및 상대방에 대한 위험통보 의무대상을 일반범죄 혐의자까지 포함시키는 등 보다 포괄적인 규정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의정서 조항으로는 ‘양측은 주민의 불법 월경 방지를 위해 상호 협력한다’(제4조), ‘양측은 범죄자 처리에 있어서 상호 협력한다’(제5조), ‘양측은 불법 월경자 등을 인계인수할 때는 그때마다 협의해 장소를 선정한다’(제9조) 등이 있다.
중국은 이처럼 탈북자들을 북송하면서도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다.
우리 정부가 탈북자의 강제 북송은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해도 중국이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중국의 이러한 행위가 국제협약이나 국제법상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난민 협약상 난민지위 인정 여부는 해당국가의 판단 사항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여기에다 국제법상 한 국가는 외국인 입국을 허용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불법입국자로 간주해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게 국제법상 주권적 재량행위라는 것이다. 더욱이 난민협약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난민은 정치적 난민에 국한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모든 탈북자를 강제 송환한 것도 아니다. 2001년 6월 장길수군 일가족을 제3국으로 ‘추방’한 적이 있고 이듬해인 2002년 3월에도 탈북자 25명을 역시 제3국으로 내보냈다. 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당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중국은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은 처형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지적하면 “북한으로 되돌려진 탈북자가 처형된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