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는 스테인레스 ‘통3중’ 열 전도율 좋고 내구성 으뜸… 주방 필수품 냄비 고르는법

입력 2012-02-21 19:25


“이것을 살 것인가? 저것을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8층 주방용품 코너에서 지난 17일 만난 예비신부 임소연(29)씨는 냄비를 고르기 위해 1시간째 매장을 돌고 있다고 했다. 3월 1일 결혼한다는 임씨는 이날 오전 웨딩드레스 가봉까지 마치는 등 웬만한 준비는 끝났는데 아직 냄비만은 결정을 못했다며 울상이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반지와 웨딩드레스는 예산에 맞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랐고, 가전제품은 기능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냄비는 디자인과 기능은 엇비슷한데 가격차가 커서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냄비는 거의 매일 쓰는 주방 필수품. 예비신부들은 물론 살림고수들도 냄비를 바꿀 때는 적잖이 고민하게 돼 있다. 가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 같은 크기 냄비라도 양은냄비는 3000∼4000원. 하지만 무쇠주물냄비나 고급스텐냄비는 30만원이 넘는다. 요리전문가들에게 어떤 냄비가 좋은지 추천을 받아봤다.

마크로비오틱 요리 전문가 이양지씨는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를 권했다. 그는 “유해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고 녹이 슬지 않아 위생적이며, 흠집이 잘 나지 않고 절대 깨지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장점을 나열했다. 이씨는 “통3중 정도면 일반가정에선 쓰기에 무리가 없다”면서 바닥은 3중인데 옆면은 한두 겹이면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서로 달라 음식이 고루 익지 않으니 통3중인지 확인해보라고 당부했다.

대부분 양쪽 겉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쓰고 가운데는 열전도율은 좋지만 유해성분이 우러날 수 있는 알루미늄을 넣어 3중으로 만든다. 시중에는 통5중, 통7중까지 나와 있으며, 열전도율이 매우 뛰어난 동을 함유한 제품도 있다. 모든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은 18/0∼10의 숫자가 표기돼 있다. 18은 니켈, 빗금 다음에 오는 숫자는 크롬의 함유량을 가리키는데 이 숫자가 높을수록 내구성이 뛰어나다.

은색의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는 컬러풀한 주방용품을 찾는 신세대 주부들에겐 2%쯤 부족해 보인다. 또 브랜드에 따라 가격차가 많게는 10배 이상이라서 고르기 쉽지 않다.

트위터 레시피로 유명한 요리 연구가 이보은씨는 “한 번 마련하면 대를 물려 사용할 수 있고, 열전도율과 열 보유 특성이 강해 영양소 파괴가 적은 저수분요리를 할 수 있는 무쇠주물냄비가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추천했다. 이씨는 “컬러풀해서 주방을 환하게 꾸며줄 뿐만 아니라 찌개 곰탕 설렁탕 등을 요리해 바로 식탁에 올려놓고 먹어도 될 정도로 예쁘다”면서 무쇠주물냄비를 고를 때는 뚜껑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직한 뚜껑이 냄비 본체와 아귀가 잘 맞아야 된다. 웰빙요리가 가능한 무쇠주물냄비의 단점은 무겁다는 것.

노다+쿠킹스튜디오의 김상영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신혼이라면 보기도 좋고, 친환경소재로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글라스 세라믹소재의 유리냄비를 마련해보라”고 말했다. 김씨는 유리뚜껑은 속이 들여다보여 자주 열어보지 않아도 음식의 익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고 덧붙였다. 유리냄비는 보통 유리보다는 강도가 높지만 그래도 깨질 염려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요리연구가 김정은(배화여대 전임교수)씨는 “신혼부부나 싱글이라면 열전도율이 좋아 빨리 끓어 요리시간이 절약되고, 세척과 관리도 손쉬운 코팅 냄비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외관도 유려하고, 가볍고, 다루기 쉬운 코팅 냄비는 코팅이 벗겨지면 유해물질이 나올 염려가 있어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요리 문화에 관심이 높은 쿠킹스튜디오 ‘더 디쉬’의 정경지씨는 뚝배기를 권했다. 그는 “찌개는 물론 스파게티 등 서양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열용기여서 오븐에도 쓸 수 있다”고 추천했다. 그대로 상에 올려도 될 만큼 보기도 좋고, 불에서 내린 뒤에도 열이 오래 남아 있어 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 요즘은 넙적한 팬까지 모양과 색깔도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깨질 염려가 있다.

소재마다 특성이 있으므로 냄비를 세트로 사기보다는 필요와 취향에 맞게 2, 3가지 종류를 섞어 쓰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종합주방용품기업 PN 풍년 이은희 팀장은 “냄비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 가족 규모이며 다음은 AS 여부”라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나 가족이 2, 3명이라면 큰 냄비보다는 1∼1.5ℓ짜리 냄비가 알맞다. 또 냄비는 본체와 뚜껑의 손잡이 부분이 잘 파손되므로 AS 기간이나 수리비용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해야 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